대학 생활이라는 게 공부가 전부는 아니다. 다양한 경험과 폭넓은 사고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간접 경험과 폭넓은 교양의 기초가 되는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맘에 아들에게 보내줄 책을 책장에서 고른다. 남편이 읽던 자기계발서에도 눈길이 간다. 아들에게 도움 될 책인가 싶어 훑어보는데, 흔한 말로 `살아 있네` 하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망설일 필요 없이 보낼 책의 목록에 끼운다.
아이비리그 기숙사 학생감 생활을 오래한 저자는 그곳에서 만난 학생 둘을 비교한 일화를 소개한다. 활발한 성격인 단짝 여학생들은 시험 기간만 되면 태도가 확연하게 달라진다나. 한 명은 칸막이 도서관에 둥지를 튼 채 일체 기숙사 모임과는 발을 끊는다. 다른 한 명은 시험 기간이 아닐 때와 마찬가지로 스터디를 조직하고, 자료를 공유한다. 모여도 공부 반 잡담 반일만큼 천하태평이다.
누가 성적이 좋고, 나아가 누가 옳은가를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스트레스 지수만큼은 활발한 사교파에 비해 칸막이 학구파가 더 심할 것이다. 공부 자체가 매번 즐거울 리는 없지만, 다크서클 드리운 채 자신의 영혼을 갉아먹으면서까지 공부에 집착하는 건 바라지 않는다. 공부하겠다고 유폐를 자처하는 부류보다는 사회적 소통을 공부만큼이나 중요시 하는 학생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더 건강해 보인다. 보내준 책을 읽는 아들도 이런 마음을 알아챘으면 좋겠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