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권 수
조금 더 바삐
열심히 살아온 어느 날 아침
라디오는 성호를 긋고 있다
어느 초등학교 학생을 교사가 폭행
그 교사를 학생의 아버지가 폭행
- 남들 앞에서 너도 함 맞아봐라
유리창 너머로 균열되는 햇살
각진 것들이 낳은 어둠들이
묵송 중이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시여
통곡들로 휘청거리는 세상
창문을 닫아도
십자가는 온통 창문틀 속에
즐비하다
십자가를 구원의 상징이라고들 한다. 어디를 둘러봐도 즐비한 것이 십자가다. 십자가를 향해 많은 사람들이 구원을 열망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어느 누구도 아무도 구원할 수 없는 십자가가 즐비하다. 유리창 너머로 균열되는 햇살이라고 표현하는 시인의 답답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초등생을 체벌한 교사를 그 학생의 아버지가 폭행하는 얘기가 중심 서사이지만 각진 것들이 낳는 어둠이 자꾸 깊어져가서 어디로도 구원이 없는 세상으로 추락해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시안에 깊이 동의하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