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성 룡
풀섶을 가던, 그리고 때로는 저기 북녘의 검은 산맥을 넘나들던
그 무형(無形)한 것이여
너는 언제나 내가 이렇게 한낱 나뭇가지처럼 굳어 있을 땐
와 흔들며 애무했거니
나의 그 풋풋한 것이여
불어다오
저 이름 없는 풀꽃들을 향한 나의 사랑이
아직은 이렇게 가시지 않았을 때
다시 한 번 불어 다오, 바람이여,
아 사랑이여
시의 제목은 `교외` 이지만 이 시의 중심에는 `바람`이 놓여있다. 바람은 자유로운 존재이다. 풀섶도 지나고 북녘의 검은 산맥도 넘나드는 바람은 무형의 존재이며 텅빈 존재이고, 절대 자유의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름없는 풀꽃에 대한 사랑을 영원히 지속할 수 없으리라는 인간의 한계에 대한 자의식도 내재되어 있는 이 시는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끝없이 갈망하는 인간의 정념을 읽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