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데 요즘 졸업식 풍경은 그때와 달라도 한참 달랐다. 우선 주인공인 졸업생을 충분히 배려하는 점이 맘에 들었다. 졸업장을 받은 학생들 한 명마다 선생님들은 어깨를 보듬고 덕담을 건네신다. 교장 선생님 훈화는 딱딱하지도 틀에 박히지도 않았다. 축하 인사를 건네는 손님도 교육계 인사라 현장성이 있었다.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담임선생님들의 격려 말씀 또한 현실적이고 유머가 깃들어 있다.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진다.
여러 말씀 중 귀담아 들을 만한 것들이 많았다. 백두산에 오르는 가장 빠른 방법을 아느냐고 한 선생님이 운을 떼신다. 비행기로 가는 것도, 헬리콥터를 타는 것도, 남다르게 보폭을 빨리 하는 것도 아니란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는 것이 가장 빨리 백두산에 오르는 비법이란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하면 한 시간이 일분처럼 느껴져, 지루할 틈이 없다나. 교장선생님은 사회에 나가면 꼭 존경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사람 셋은 만들란다. 물론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도 잊지 말란다. 두 분 다 사람이야말로 중요한 자산이란 말씀이렷다. 졸업 축사로 이보다 더한 구체성을 획득하는 것도 없다 싶다.
시대 흐름에 따라 유연해진 졸업식 풍경에 훈훈해진 하루였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