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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의 욕망을 살다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2-13 00:24 게재일 2013-02-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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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 후보들의 본인 및 자녀 군필 유무는 그들의 국가관 및 도덕성을 판단하는 가장 가시적인 방법 중의 하나이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군면제 비율이 일반 국민들의 그것에 비해 훨씬 높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거기엔 저마다 합당한 사유가 있고, 우연한 결과일 뿐이라고 누군가 대변한다 해도 그것을 믿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보도들이 이어지자 군대에 대한 명랑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아들이 말한다. 군면제 받은 당사자들은 군대 가는 것을 원했을 수도 있지 않았겠냐고. 그 말도 맞겠다. 군필자가 되고 싶지만, 주변의 강권이나 환경적 학습에 의해 안 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경우도 있으니.

내 욕망은 따지고 보면 순수한 내 욕망이 아니다. 내 내면의 의지는 실제론 타자가 욕망하는 욕망이다. 이런 욕망의 타자성에 대해서 라캉은 `주체가 스스로를 발견하고 제일 먼저 느끼는 곳은 타자 속에서이다.`라고 통찰했다. 군 입대 면제를 받거나, 판검사가 되거나,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곳에 취직하는 것 등은 따지고 보면 내가 원해서가 아니다. 사회가 원하는 타자의 욕망 일순위에 그것이 있고 주변에서 원하니 따를 뿐이다. 명예와 안정이 보장되니, 마치 처음부터 그 길을 가려고 했던 것처럼 착각할 뿐이다.

개별자의 자아는 스스로 형성되는 게 아니라 타자를 매개로 다듬어지거나 만들어진다. 타자를 넘어서 진정한 자아의 욕망을 회복하는 길은 쉽지 않다. 타자의 욕망, 즉 부모나 사회가 정해놓은 길을 가면 실패할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자의 길은 진정성이 담보된 길이 아니기에 갈등하게 된다. 그리하여 라캉의 말대로 `자신이 욕망하는 것이 진실로 자신이 소망하는 것인지 혹은 소망하지 않는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 주체는 다시 태어 날 수 있어야만`하는 사유를 낳는다. 그 누구도 내가 원하는 대로 삶을 꾸릴 순 없다. 다만 타자의 욕망 속에서 끊임없는 자아의 욕망을 탐구하는 의지라도 있어야 내 주체는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된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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