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세뱃돈 5만원권 줄고 1만원권 늘어<br>신권발행도 감소… 어려운 경기 실감
올 설 풍속도는 팍팍해진 살림살이 만큼이나 설 세뱃돈이 줄어든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대구·경북지역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설만 해도 세뱃돈으로 사용할 신권은 주로 `신사임당(5만원권)` 이었지만 올해는 10명 중 6~7명은 세종대왕(1만원권)으로 교환해 지역 경제의 어려움을 대신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11일 발표한 화폐 발행량에서도 올 설은 지난해보다 178억원이나 신권 발행량이 감소했다는 사실이 이런 현실을 방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대기업에 취직해 직장생활을 시작한 서보람(25·여)씨는 “지난해 할아버지께서 손자들에게 주신 새뱃돈은 초등생 1만원권, 중·고생 3~5만원, 그 이상은 5만원 이상이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고교생 이하 1~3만원, 그 이상 5만원 등으로 주셨고, 취직을 한 저에겐 주시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서 씨는 “이번에 회사에서 받은 설 보너스는 대학생을 포함한 7명의 조카들에게 새뱃돈과 부모님 용돈 등으로 다 나갔다”면서 “나이가 1살 적고 취업을 준비 중인 사촌 여동생에게도 몰래 용돈을 주었지만 정작 본인은 씁쓸한 미소를 지어 약간의 어색함도 있었다”고 지역 청년층 실업의 한 단면을 엿보게 했다.
또 대구 수성구에서 학원을 운영 중인 김영일(47) 원장은 “지난해 설에는 8명의 조카들에게 세뱃돈으로 50만원 정도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그러나 올해는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해 30만원선으로 새뱃돈 지출을 줄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봄부터 줄기 시작한 학원생이 오히려 줄어들어 최근 몇 년간 고생해온 12명의 교사 중 4명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고, 학원차량 기사도 없이 원장인 자신이 직접 운전을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김 원장은 자신만 이런 게 아니라 학원연합회 모임에 나오는 대부분 입시학원 원장들이 똑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통상 학원 경기는 지역 경제상황의 바로미터라고 여겨지는 것은 대부분 가정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가장 먼저 자녀의 학원비를 줄이기 때문이다.
서보람 씨는 “저는 대기업에 취직해 다행이지만 올해는 사촌 여동생이 꼭 원하는 회사에 취업해 올 추석에는 조카들 용돈을 같이 줄 수 있길 기대하다”면서 “대구·경북지역 경제도 함께 좋아져 얄팍해진 부모님의 주머니 사정이 조금은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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