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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問)

등록일 2013-02-04 00:12 게재일 2013-02-0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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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무 령
담장 위 철망에 걸린 셔츠 조각은

손에 닿지 않았다

담장 너머에서 들리는 언어는 모두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읽혀진다

요추를 타고 흐르는 마취 액이 몸속에 허물어졌다

뒷골목 커피숍 창문에 스케치하던

얼굴은 증명사진처럼 누군지 알 수 없게

한 장으로 남고,

떠난 사람은 항상 돌아오는 자였다

담장 밖 신호등이 켜질 때

사이렌은 비로소 울리기 시작했다

익명성의 두려움 혹은 공격성, 익명 그 자체에 내재된 은폐된 폭력성이랄까 피해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깊이 전제된 현대사회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담장이라는 자기 울타리 밖의 어떤 풍경도 소리도 확정되지 않는 가변적 실체로서 언제든지 있거나 언제든지 존재하지 않는 이중적인 존재다. 확고한 진정성을 열망하는 시인의 마음은 현대인 모두의 마음은 아닐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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