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과거 우리나라 3대도시로서 섬유산업의 활황과 함께 대도시의 명성을 이어가며 시민의 자긍심을 높였다. 그러던 대구가 섬유산업 사양화와 위천국가단지 무산 등으로 퇴락하기 시작해 현재는 인천·울산에 이어 5대도시 수성도 벅찬 실정이다. GRDP는 수십년째 전국적으로 꼴찌를 이어가고 있으며, 인구도 지속적으로 감소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과거 한강이남 최고의 명문이었던 경북대는 대구가 쇠퇴하면서 이제 수도권 3류대학과 학생유치전을 벌여야 하는 힘겨운 상황이 돼 버렸다. 사실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해도 대구에서는 마땅한 취업자리가 없다. 갈만한 곳이라 해봐야 대구은행 정도다. 이외에 사립대 교직원이 있지만 몇 명 뽑지않아 하늘의 별따기가 돼 버린지 오래다.
이렇듯 자존심이 상한 대구시민이지만 자긍심을 가질만 한게 하나 있다. 대구가 주도적이 돼 전국적인 랜드마크 사업으로 자리를 굳힌 담장허물기 사업이다. 이 사업은 시민단체 간부가 자신의 집 담장을 허문것이 시초가 됐고, 대구시가 이를 받아들여 대구의 대표사업으로 만들어 냈다. 개인의 물리적 공간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열린 공간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이웃간에 벽으로 단절돼 있던 것을 터놓고 지내는 열린사회로 만들어 간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1996년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추진되다가 1999년부터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에서 중점과제로 채택하면서 본격적인 시민운동으로 전개됐다.
이 사업은 여러 지자체에서 대구를 본 떠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 등 외국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대구시를 방문하는 등 대구의 대표 자랑거리가 됐다. 대구시도 역점을 기울여 현재까지 관공서 120곳, 주택 아파트 322곳, 상업시설 69곳, 의료시설 24곳, 보육 복지 종교시설 103곳, 학교 49곳, 기업체 16곳 등 총 709곳에서 28km의 담장을 뜯어냈다. 이로 인해 35만5천㎡의 녹지공간이 조성됐고, 투입된 예산만도 190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담장허물기 사업이 최근 교육청과 한바탕 충돌이 일어났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안전한 학교만들기를 이유로 담장을 허물지 않고, 허문 담장을 다시 쌓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교육청은 담장이 없는 학교에서 쓰레기 투기를 비롯해 교정에서 술과 음식을 먹는 등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청의 엇박자에 당황한 대구시는 교육청과 협의를 갖고 블라인드 담장대신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투시형담장을 설치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대구교육청의 담장쌓기에 대해서는 일면 이해가 가는 면이 있다. 학교폭력으로 전국적인 뉴스메이커가 된 대구교육청은 학교의 안전을 위해 담장을 설치, 학생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고육책에서 나온 것이니 말이다.
학교라는 특수성에 의거해 학교의 담장은 어느정도 고려의 대상이 돼야지만 거시적인 측면에서 담장허물기는 계속돼야 한다. 완벽한 제도는 없다. 끊임없이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려가다 보면 하나의 큰 틀이 형성되는 것이다. 담장 뿐만 아니라 시민들 마음의 벽도 허물어야 한다. 대구는 보수성향이 커 국감장에서 의원으로부터 `보수 꼴통`이라는 막말도 듣곤 한다. 이에 대해 흥분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냉철히 되돌아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수 년간 야당의원 한명 배출하지 못하고 타지사람을 배척하는 순혈주의에 목 매다는 성향이 도시발전을 더욱 어렵게 만든 것 아닌가. 대구는 국채보상운동, 2·28학생운동의 시발지로 시민들은 큰 긍지를 갖고 있다. 올곧으면서 뜨겁게 나라 사랑하는 이런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 이에 더해 대구시민의 자랑이 된 대구의 담장허물기 운동도 계속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