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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3-01-31 00:06 게재일 2013-01-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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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봉 건
내 키보다 높은

담장 위에 내 얼굴을 드러내어

보이지 않던 그리고 보지 못하던

세계를 본다는 것은 얼마나 신나는 노릇입니까

저 담 넘어가며

저 담 위에서

담보다 더 높이 핀 넝쿨 장미를 보십시오

꽃송이를 보십시오

꽃송이가 아니라 샘이지요

몽실 몽실 공중에 솟는 샘

빨간 빛깔로 솟고 노랑 빛깔로 솟고

오 맘대로 하얀 빛깔로도 솟습니다

얼마나 얼마나

오 눈물겹도록 신나는 노릇입니까

넝쿨장미가 담 너머를 향해 뻗어가는 것은 어쩌면 아직 오지 않은 봄을 기다리는 일이 아닐까. 담장을 가로막고 제어하는 억압의 장치로 본다면 차가운 겨울 창 너머 저 쪽을 보는 것은 치열한 자기반성과 함께 새로운 봄을, 새로운 세상을 기다리는 마음이 드러난 것이리라. 또한 담을 넘어가는 것이 넝쿨장미가 아니라 샘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인식에는 새로운 탄생, 생성, 지속적인 영원한 탄생이라는 것이 바탕에 깔려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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