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태 준
나는 이별의 말을 한 웅큼, 한 웅큼, 호흡한다
먼 곳이 생겨난다
나를 조금조금 밀어내며 먼 곳이 생겨난다
새로 돋은 첫잎과 그 입술과 부끄러워하는
붉은 뺨과 눈웃음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대기는 살얼음판 같은 가슴을 세워 들고 내 앞을 지나간다
나목은 다 벗고 다 벗고 바위는 돌그림자의 먹빛을 거느리고
갈 데 없는 벤치는 종일 누구도 앉힌 적이 없는 몸으로 한 곳에 앉아 있다
손은 떨리고 눈언저리는 젖고 말문은 막혔다
모두가 이별을 말할 때
먼 곳은 생겨난다
헤아려 내다볼 수 없는 곳
나목 앞에서, 황량한 계절 깊숙한 곳에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별을 말하면 먼 곳이 생겨난다고 말하는 시인은 새로 돋은 첫잎과 그 입술과 부끄러워하는 붉은 뺨과 눈웃음, 새로운 출발이고 시작이며 의욕과 생명감이 넘치는 시간들을 열망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또 먼 곳이라고 시인이 말하는 결별의 시간, 공간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인간이란 운명적으로 먼 곳을 만들고 먼 곳을 그리워하고 아파하는 것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