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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1-29 00:08 게재일 2013-01-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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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의 소주제는 `알 깨고 나오기` 이다. 싱클레어가 보낸 새 그림 편지에 대한 답으로 데미안은 다음과 같은 쪽지를 준다. `새가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신학교 시절 분신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 시절 헤세는 선과 악, 신과 악마, 밝음과 어둠 등 이 세상을 이분법적인 세계로 나누는 것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예민하고 조숙한 신학생은 그것에 대한 대안으로 아브락사스를 끌어들였다. 좋은 생각, 신에 대한 의지, 도덕적 잣대 등이야말로 세상을 트집 잡기 쉽고, 인간 내면을 옭아매는 파괴자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악덕의 세계 역시 다른 한 세계이고, 그 또한 인간을 지배하는 한 관념으로 보았다.

금기에의 내면적 모든 도전은 아브락사스로 불릴 만하다. 저급한 욕망과 성스런 영혼 따위로 인간을 나눌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경직된 사고를 대신해 선과 악이 공존하는 세계를 아브락사스에 담아내고자 했다. 젊은 음악가 피스테리우스를 만나 싱클레어는 그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주고받는다. 피스토리우스가 음악을 하는 건 단지 음악은 윤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싱클레어,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은 편할 테지만 우리가 가는 길은 험난할 거야. 그래도 한번 가보지 않을래?` 이렇게 아브락사스를 알리는데 급급한 피스토리우스 역시 낡은 세계에 지나지 않았다. 싱클레어로서는 자신의 내면을 알아가는 게 더 급선무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와 결별할 수밖에 없었다.

싱클레어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대로 실행하고자 했다. 길들여진 훈계, 윤리적 죄책감 등에 쌓여 있는 한 아브락사스는 영원히 만날 수 없다. 밝고 어둠, 신과 악마, 좋고 나쁨 이 모든 이분법을 버리고, 신인 동시에 악마인 세계를 향해 제 영혼의 날개를 단 모든 것들이 싱클레어에게는 아브락사스였던 것.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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