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백 년 동안

등록일 2013-01-25 00:01 게재일 2013-01-25 22면
스크랩버튼
김 영 서
냇가에 백 살 먹은 아카시아 한 그루 서 있다 밤길 걷는데 꽃향기 흐드러진다

자세히 보니 허리춤에 나팔을 달았다 동네에 초상나면 제일 먼저 부고를 전했다

꼭두새벽 새마을 노래를 불렀고 가끔 육자배기를 부르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몸의 반이 고사목인데 나머지 반은 꽃이다 낮에는 꿀벌들이 다녀갔다 인생의 달콤함을

아는 애인들이다 냇가에는 한낮의 격정이 흥건하게 흐른다 꼭대기부터 말라죽기 시작했지만

세월의 기품이 살아 있다 소신공양 중에도 향기 가득한 것 백 년은 살아야 할 것 같은데

동네에 백 살 넘은 사람이 없다 백 년 동안 쉬지 않고 꽃을 피워 본

냇가에 서 있는 백년 묵은 아카시아 나무. 반은 살아있고 반은 죽은 유령같은 존재이다. 한 때는 왕성한 생산과 결실에 이른 청춘의 시간들이 있었으나 이제 죽음의 방향으로 서서 고사목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때마다 남은 몸의 건강과 열정을 다 바쳐 향기로운 꽃을 피워 올리며 최선을 다해 그의 생을 살아가는 아카시아 나무를 통해 시인은 우리네 인생도 그리 살아가야하지 않겠느냐 라는 암시를 툭 던지고 있다.

<시인>

김만수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