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가 스승 그르니에의 저서`섬`재판 서문에서 `의식은 예외 없이 다른 의식의 죽음을 추구한다.`고 사실상 사르트르를 지적했을 때, 사르트르의 입장은 희곡`닫힌방`을 빌려 `지옥, 그것은 타인들이다`고 맞받아치는 격이 되었다. 카뮈는 진리에 반대되는 것들에 많은 지식인들이 매혹되었다는 것을 사르트르에 빗대 경고한 것이었고, 빈정대기 좋아하는 사르트르는 이런 까뮈를 인정할 수 없었다. 추도사에서조차 사르트르는 `당신은 완전히 참을 수 없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나와 가까운 사람`이라고 카뮈에겐 모독적인 태도를 취하기에 이른다.
노벨문학상을 거부한 사르트르의 표면적 이유는 그 상이 냉전의 도구가 되어버렸다는 것이었지만 다분히 카뮈를 의식한 점도 있었을 것이다. 7년 앞서 카뮈가 `정의보다 앞에 있는 내 어머니`라는 수상 소감으로 그 상을 받고 상금으로 집을 산 것과는 대조적이다. 겉으로 보기엔 알제리의 가난한 집안 출신인 카뮈와 파리의 유복한 가정 출신인 사르트르 딱 그만큼의 다른 행보이다.
개인적으로 카뮈 쪽에 정감이 더 간다. 하지만 누가 더 옳은가의 문제와는 상관없이 당대의 석학 둘이 이런 논쟁을 벌일 수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갈등하는 맞수의 삶이 더할 나위 없이 인간적이라는 데 묘한 위안과 쾌감을 느낀다. 위대하나 평범하나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갈등하며 성장하는 존재인 것을.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