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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도심재생과 지역공동체

등록일 2013-01-17 00:26 게재일 2013-01-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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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철 포항YMCA 사무총장

포항 육거리 원도심의 쇠퇴와 슬럼화는 도시개발 욕망이 빚어낸 참사이다. 도시정부가 막대한 개발이익이 발생하는 택지조성과 대형아파트 건설에 매진하면서 도심공동화는 가속화됐고, 도시의 창의성과 지속가능성은 크게 훼손됐다.

육거리 중앙동 일대는 포항에 도시가 형성될 때부터 명실공히 행정, 상업, 문화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지난 2006년 포항시청사 이전을 계기로 대잠지구가 개발되면서 원도심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거기다가 2010년 인구 50만명 이상의 지방정부에서 자체적으로 도시관리계획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면서 각종 택지조성과 도시개발 열풍이 불었다. 영일만항 건설과 함께 조성된 양덕지구를 필두로 2011년 성곡지구 개발, 남옥지구, 이인지구, 장성침촌, 중명지구 등 도시개발의 욕망은 토지소유자와 건설·금융업자를 중심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작열하고 있다. 이처럼 거침없는 도시개발의 욕망에 따라 도심기능의 분산과 인구이동, 오래된 물리적 시설의 노후화 등으로 육거리 원도심은 생명력을 잃고, 사람이 찾지 않는 흉물스러운 도시공간으로 변질돼갔다.

캐나다의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는 자신이 사는 그리니치 빌리지 주변주거지가 갖고 있는 다양한 건물풍경과 빽빽하게 모여 살면서 소란스럽게 교류하며 윤택하게 사는 마을의 생동감을 그의 저서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에서 경탄하고 오래된 건물을 예찬했다. 왜냐하면 도시에 새로운 건물만 들어서면 입주자는 그 높은 건물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업종들로 국한돼 도시의 다양성과 정체성, 시민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녀는 “도시는 일회용품이 아니다”고 잘라서 말한다.

최근 이탈리아의 볼로냐를 세계의 도시들이 벤처마킹하기 위해 분주하다. 볼로냐는 마을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오래된 대학으로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예술과 사상, 그리고 산업을 창조하는 활력이 넘치는 도시로 유명해졌다. 산업면에서 볼로냐는 이탈리아의 전통패션제품과 화장품 등으로부터 자동포장기계, 자동차, 오토바이 등 폭넓은 분야의 기계공업과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고품질의 부품생산을 맡은 중소기업과 장인기업이 수평적으로 산업클러스터를 형성하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을 생산해 내고 있다. 이러한 산업정책 뿐만 아니라 볼로냐는 전통적인 시가지의 보존과 재생에 선구적인 활동으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볼로냐의 도심재생은 지역주민협의회를 통해 주민 간의 철저한 민주적 토론을 바탕으로 주민합의를 이끌어내고, 역사적인 경관을 보존하며 생활을 배려한 창조적인 마을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볼로냐 도심에 `창조적인 문화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 다양한 문화행사와 시설을 정비했다. 또한 1970년대 말 무렵에 무너진 오래된 극장과 폐허가 된 궁전을 개·보수하여 전통장인의 일을 제공하고, 오래된 무대예술 집단에게는 공연장을 제공하며 문화기금을 조성·지원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 20개가 넘는 문화협동조합의 활약은 창조도시 볼로냐를 더욱 눈부시게 하고 있다.

그 외에도 도심재생에 성공한 사례들은 많다. 그러나 포항의 도심공동화에 대한 대응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이다. 선거철마다 등장하지만 말 뿐이다. 원도심 재생은 단순이익을 노리는 개발업자들의 논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시의 비전과 전략으로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항 원도심이 갖고 있는 독특한 역사와 문화, 오래된 건축물과 시민의 정서가 남아있는 특정 공간에 사업이 집중될 때 효과는 극대화된다.

매일 YMCA 건물에서 황량해진 육거리 일대를 지켜보며 포항의 미래 희망을 품는다. 카우퍼가 `하느님은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고 말했듯이 포항시민의 문화는 고스란히 오래된 원도심에 살아 있다. 포항의 도심 재생은 도시욕망에서 탈주하여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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