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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로 행복한 호미일출

등록일 2012-12-14 00:01 게재일 2012-12-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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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옥 포항시축제위원장

지금부터 40여년 전, 70년대 학교를 다녔다면 `고미안운동`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이 있을 것이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안녕하십니까?의 첫글자를 딴 일종의 생활예절 교육이었다. 얼마나 인사를 하지 않았으면 이런 운동을 다했겠는가. 상대방의 도움을 받으면 `고맙습니다.`, 상대방에게 실수를 했을 경우, `미안합니다`, 누구를 만나든지 먼저 `안녕하십니까?` 인사하는 습관을 위한 이 `고미안운동`은 결국 하다 말았나 보다. 그 후 여전히 우리는 생활 속의 작은 인사습관에 인색하다.

먹고 살기에 바빠서, 무엇이든지 빨리빨리 성취하고, 초과달성해야 하는 전국민적 조급증이 세계적으로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긴 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잃은 것도 많다. 동방예의지국, 염치를 지고의 가치로 여기는 선비다움을 잃고 무뚝뚝만 남았다.

국가마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이 매우 다름을 느끼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일일이 어느 특정 국가를 거명하기엔 뭐하지만, 어쨌든 우리나라 사람들의 표정은 다른 나라에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상당히 경직되어 있다. 무표정에 가까운 정도가 아니라 잔뜩 화난 표정의 얼굴들만 있는 듯하다는 느낌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선뜻 다가가기 힘들고, 조심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자칫 잘못해서 발이라도 밟는 실수라도 해서,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려하면 `미안하다면 다야?`라며 일전불사할 기세의 얼굴 표정들이다.

한때 혼자 실험을 해 본 적이 있다. 속담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를 믿었다. 속담은 오랜 세월 민중들의 삶이 비유와 상징으로 축적된 지혜가 아닌가. 길거리에서나, 시장에서나, 버스나 지하철에서, 언제 어디서나 눈 마주치는 사람에게 미소를 던졌다. 그렇다고 결코 추파는 아니었다. 백에 백 사람 미소를 되돌려줬다. 진짜다. 지금 당장 실험해 봐도 좋다. 실험 결과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는 명제는 진리였다. 그 후 나는 누구에게나 눈 마주치면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는 습관이 생겼다. 실로 나이가 들면서 입주위의 근육이 탄력을 잃었다. 그저 입을 다물고만 있어도 자연히 입꼬리는 처져 화난 표정을 만든다는 것을 사진을 보면 안다. 분명 난 화나지 않았는데 사진 속의 내 모습은 영락없이 화가 잔뜩 난 사람의 전형적 표정이다. 참 보기 싫다. 그 후부터는 의식적으로 입꼬리를 위로 올리는 표정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웃으면 남들에게도 행복해보이고, 날 보는 이 역시 행복해진다면 더 나을 것 아니겠는가. 힘들지 않은 일이다.

올 초부터 포항에서 감사나눔운동을 열심히 해왔다. 행복도시 포항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포항이 시작한 실천운동이었다. `감사하며 사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탈무드의 명구처럼, 감사하면 행복진다는 명제를 운동처럼 불 지폈다. 예전 70년대의 고미안운동이 생활예절 교육이었다면 이 감사나눔운동은 행복하기 위한 운동이다. 공무원부터 시작해서, 시민단체, 학교 등등으로 불길같이 번져나가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실로 우리네 삶에 감사할 일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크고 거창한 행운이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바로 감사해야 할 일인 것을 우리가 미처 모르고 있었던 것일 뿐이었다. 아니, 알면서도 그것을 말로 표현할 줄 몰랐을 뿐이었다. 표현하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듯 감사하다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감사가 아닌 것.

개인의 작은 습관이 모이면 공동체의 관습이 되고, 그것이 세월의 힘을 얻으면 문화가 된다. 지금 `감사합니다`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습관이 되면 시민들의 관습이 되고, 언젠가는 포항의 아름다운 문화가 될 것이 분명하다. 올해 호미곶에서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행복한 새해를 꿈꾸는 호미일출의 장관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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