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성원전 1호기 30년의 발자취<BR>고리 1호기 이어 상업운전으론 국내 두번째<br>30년간 지속적 설비 개선… 안전성 크게 향상<br>20일 운영허가 만료… 계속운전 여부 `관심`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한수원(주)월성원자력본부.
국내 전력 사업을 주도하는 이 원전기지가 최근 연일 언론과 시민단체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유는 이곳에서 수십 년간 가동됐던 국내 최초 `중수로형` 원전 월성 1호기의 운영허가 기간이 오는 20일 만료되면서 `계속운전` 여부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성 1호기는 현재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규제기관에서 안전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평가 결과에 따라 월성 1호기의 운명이 결정된다. 월성 1호기가 지난 30년간 걸어온 길과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사에 남긴 발자취를 더듬어 봤다.
1983년 4월 경북 월성군 양남면 나아리에 위치한 월성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당시 월성 1호기의 상업운전은 고리 1호기에 이은 국내 두 번째 원전이자, 국내 첫 번째 중수로 원전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경수로형 원전인 고리 1호기 건설이 한창이던 1973년 4월, 캐나다원자력공사(AECL) 총재가 가압중수로형 원자로 방식을 소개하며 우리나라의 `장기원전개발계획` 원자력 개발 분야에 참여할 뜻을 전했다. 같은 해 6월 정부가 중수로 조사단을 구성해, 캐나다에 조사단을 파견한 것이 월성 1호기 건설의 시발점이었다.
중수로는 경수로에 비해 `건설비`는 조금 높지만, 천연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캐나다 등 여러 국가로부터 연료 공급이 가능해 당시 미국을 통해서만 공급이 되던 농축 우라늄에 비해 연료의 조달이 용이했다. 이는 에너지 안보측면을 고려했다고 할 수 있다. 또 경수로와 달리 연료 교체를 위해 원자로의 운전을 멈추지 않아도 돼 이용률이 높다는 것도 중수로형 원전 도입의 결정적 이유였다.
월성 1호기가 건설되던 19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원전 건설에 대한 기술과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설계·시운전·건설 관리를 모두 선진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월성 1호기 건설은 고리 1호기와 마찬가지로 건설 주체인 계약자가 모든 권한을 갖는 턴키방식으로 진행됐고, 월성 1호기의 건설 주체인 AECL는 175명의 기술진을 우리나라에 파견했다.
AECL이 효율적으로 월성 1호기를 건설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건설허가 시점 기준으로 62개월 만에 준공 성과를 거두는 획기적인 공기 단축을 이뤄냈다. 이로써 1983년 4월 22일 월성 1호기 준공식을 거행하고 우리나라 중수로 원전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월성원전은 지난 30년 동안 월성 1호기의 안전성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설비를 개선하고 보강해 왔다. 2003년 주기적안전성평가 후속 조치로 2009년 4월부터 2011년 7월까지 발전소의 압력관 교체와 주요부품 교체 등 총 9천여건에 대한 대규모 설비개선이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이 결과 설비개선 전후 대비, 안전성이 대폭 향상됐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중대 사고에 대비해 안전설비를 한층 강화했다. 노심 손상 시 발생할 수 있는 수소를 제거하는 수소제거설비(PAR)를 설치해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수소 폭발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지진 자동 정지 설비, 원자로 비상 냉각수 외부 주입 유로 설치 등 안전강화 조치를 했으며 후속조치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월성 1호기는 안정적인 연료 공급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1985년 4월 1일부터 1년 동안 평균 98.4%의 이용률을 기록해 가동 중인 전 세계 원전 271기 가운데 이용률 1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30년간 평균이용률 86.2%로 세계 이용률 1위를 총 4차례 달성했다.
또, 1998년 5월 중국 진산원전 측과 시운전 훈련 계약을 체결해 월성원전 현장에서 중국 진산 시운전 요원에 대한 교육을 실시, 중수로 원전 운영기술이 중수로 원전의 종주국인 캐나다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임을 과시했다.
2008년에는 우리나라에 중수로 기술을 제공했던 캐나다에 원전 관련 기술을 역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캐나다의 세계적인 원전 회사인 브루스 파워에 원전 연료 취급계통 설계 개선을 통한 운영 및 정비 최적화를 위한 기술자문에 착수하면서 중수로 운영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입증했다.
특히, 월성 1호기는 캐나다 포인트레프로 원전에 비해 1년 늦게 설비개선에 착수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획한 일정 내에 성공적으로 압력관 교체와 설비개선을 완료한 것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월성 1호기는 캐나다가 해결하지 못한 원자로관 설치 부위인 튜브시트의 표면조도 불량 문제를 밝혀내고, 노심내부의 정밀한 가공을 위해 특수 폴리싱 장비를 개발해 문제를 해결, 중수로 개발국인 캐나다에도 관련 기술을 전수하는 등 월성원자력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다.
월성 1호기의 성공적인 설비개선 진행은 계속운전을 추진 또는 준비하고 있는 해외 동일노형 원전에게는 적극 벤치마킹할 만한 롤 모델로 부각되고 있다.
“건설 당시보다 안전… 계속운전 안되면 역사 오점”△기술자의 양심을 걸고 말한다. 계속운전은 무엇보다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다. 난 35년간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했고, 충분히 안전하다. 이미 시설개선으로 새 발전소라 할 만큼 기기를 새것으로 많이 바꾸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 원전은 세계에서 가장 발 빠르게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이 완벽하게 안심할 수 있도록 시설을 지속적으로 교체하거나 보완하고 있다.
- 원전 운영에 있어 인재(人災)도 있었는데.
△원전은 다양한 안전설계 개념이 적용되어 있다. 작은 문제나 고장이 생기면 자동으로 정지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인적 실수도 마찬가지이다. 실수가 있으면 안전하게 정지된다.
그래도 실수를 하지 않도록 더 세밀하게 신경을 쓰는 게 맞다. 하지만 지나치게 직원들을 압박해서 주눅들게 하면 안 된다. 누구든지 주눅들면 긴장되고 떨려서 하지 않던 실수도 할 수 있다. 잘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독려하고 자긍심을 심어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월성1호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고 들었다. 한국 원전 역사의 산 증인으로서 계속운전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월성 1호기는 차관을 빌려 우리나라 산업을 키우기 위해 힘들게 만든 시설이다. 우리들의 부모, 형제, 누나들이 밤새워 만든 신발, 옷가지 등을 팔아서 번 돈으로 세운 발전소이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몸 아끼지 않고 일했다. 발전소 시설을 계속 개선하며 기름 치고 닦아서 새 발전소처럼 유지해왔다. 누가 봐도 새시설과 같다. 이런 시설을 계속 유지하지 못한다면 원자력 발전 역사에 큰 오점이 될 것이다.
경주/윤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