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역~달성공원 1천632m 구간<bR>사업비 70억원 투입해 2015년 완공<br>역사거리 조성 및 인교동·수창초교 인근<br>가로경관·공공디자인 등 개선도 나서
조선왕조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은 조선왕조 500년동안 왕들이 도성 10리 밖을 떠나본 적이 없었던 것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구방문을 통해 깨뜨렸다.
황제의 방문은 대구·경북민들의 사기를 높이고 도로축조 등으로 개발이 앞당겨졌지만 전례가 없었던 순종황제의 방문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내용이 거의 없다.
하지만 당시 을사늑약과 군대해산 등으로 극심한 반일감정과 항일의병운동이 일었고 특히 1907년에 대구에서 출발해서 전국으로 번진 국채보상운동을 방치할 경우 대구가 항일운동의 거점이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미리 순종황제를 방패 삼아 민심을 무마하려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다 일제가 대구의 지맥을 누르기 위해 달성을 헐고 동물원으로 조성된 공원을 만들면서 축조된 신사에 황제가 직접 참배하는 모습을 대구·경북민들에게 보이려는 일제와 매국노들의 음흉한 흉계가 숨겨져 있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대구 달성공원에 향나무를 기념식수를 했던 이토 히로부미는 그해 10월 만주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에 의해 사살되고 순종 황제 역시 이듬해 8월 일제의 강제병합으로 자리를 잃고 500여년을 지켜온 조선왕조는 막을 내리고 만다.
어가길은 당시 친일파로서 경북도 관찰사를 맡고 있던 박중양이 순종황제의 대구방문 소식을 접하고 지역민을 동원해 밤을 새워 대구역에서 달성공원까지 1천632m를 새로 만들었다.
마음이 심란한 순종황제 순행을 위해서는 직선거리인 북성로를 통과하면 달성공원과 곧바로 맞닿지만 당시 북성로가 채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우현서루 부근에서 우측으로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인 좁은 길을 내 겨우 달성공원과 연결하는 조악함을 볼 수 있다.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의 회환과 연민, 눈물 어린 방문인 순종황제 어가길을 대구 중구청이 국토해양부의 공모사업에 신청한 후 선정되면서 국비 35억원과 지방비 35억원 등 모두 70억원 투입해 대대적으로 `황제의 길`로 부활시키게 된다.
대한제국 황제의 굴욕의 길이 숨겨져 있지만 낙후된 골목길로 방치된 이곳을 현대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중구청은 오는 2013년부터 3년간 순종황제가 순행한 북성로와 민족지사 양성소였던 인교동 우현서루, 항일역사 선조의 역사가 깃든 수창초교 인근의 주요 경관을 복원하고 대구의 근대역사 문화벨트와 연결하게 된다.
우선 중구청은 순종황제 어가길 역사거리 조성을 비롯한 인교동 공구골목 가로경관 개선, 수창초교 인근 공공디자인 개선사업 등을 펼치게 된다. 또 과거 순종황제 어가길 입구인 북성로의 낙후된 길은 쌈지공원 조성 등을 통해 보행환경 및 가로경관을 개선해 대구시민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황제의 길`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민족지사 양성소였던 우현서루(현 대구은행북성로지점)와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인 광문사터(현 수창초교 후문 대성사자리)는 피사드 재생 및 역사성·공간적 특성을 표현할 수 있는 공원을 조성해 우국과 항일정신을 드높이는 거리로 조성한다.
이어 상권과 건물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인교동 공구골목은 건물의 입면과 보행이 편리하도록 정비할 예정이다. 특히 항일역사 선조들의 역사가 깃든 수창초교는 담장 및 벽면 전면을 활용한 거리 갤러리를 조성하고 인근 문화창조 발전소 연결 가로디자인 개선과 공간별 특화된 안내사인시스템을 구축해 스토리텔링을 통한 걷는 재미, 보는 재미를 더해 도시전통문화가 숨 쉬는 가로를 조성할 예정이다. 중구청은 황제 어가길이 완성될 경우 현재 추진 중인 대구읍성상징거리조성사업과 연계해 북성로, 서성로 일대의 발전은 물론이고 동성로와 종로·진골목의 상권이 함께 성장해 북성로와 서성로까지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대구읍성 사성로(四城路) 중 2010년 동성로 디자인 개선 완료에 이어 올해부터 추진 중인 북성로와 서성로 디자인개선이 마무리되면 사성로가 하나의 벨트로 네트워크화돼 대구읍성이 상징적으로 부활해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순종황제 어가길`의 역사적 복원으로 근대역사문화를 연계한 대구만의 독특한 문화적 창조 및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도심재생의 수범사례가 될 것”이라며 “특화거리 조성으로 볼거리제공과 골목투어 코스개발 등으로 상권 활성화를 통한 원도심의 균형발전 등 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대구 지역 역사·문화·관광의 다각화 및 현대적 재현을 통해 대구를 대표하는 거리의 하나인 북성로가 역사적 문화공간으로 재창조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