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성 위험물질 보관… 초기진화 어려움 겪어<br>검은연기 뒤덮어… 화재현장 일부 두통 등 증세
대학 실험실과 연구실 등에 허가나 규제없이 폭발성 위험물질이 보관돼 있어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더구나 화재 등 사고가 난 후에도 현장 통제가 안 돼 사고 원인 규명과 예방을 위한 조처들이 겉돌 우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오전 4시50분께 포항시 남구 지곡동 포스텍 화공실험동 기계공학과 1층 연구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새벽시간이어서 다행이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1층 연구실 2개소, 123㎡가 전소됐고, 2층 사무실도 일부 소실되는 등 3층 건물 전체가 연기에 휩싸였다.
사고 현장에는 폭발성이 강한 나트륨이 보관돼 초기진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칫 대형사고로 번질 뻔했으나 5시간40분 만인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완전 진화됐다.
△허가받지 않은 위험물
포스텍에 따르면 당시 화공실험동에는 위험물질인 나트륨이 15㎏가량 보관된 상태였다. 평소 이 건물에서 보관하던 나트륨의 양은 8㎏이었으나 옆 건물이던 기계실험동이 배관공사를 실시하면서 이곳에 보관중이던 나트륨 7㎏를 추가로 보관하게 돼 그 양은 15㎏로 불어났다. 이는 위험물 지정수량(나트륨은 10㎏)을 초과한 것으로 이같은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해당 건물 소유주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남부소방서도 포스텍이 지정수량을 넘는 나트륨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음을 뒤늦게 확인했다.
포스텍 관계자는 “배관공사로 인해 나트륨을 임시로 옮겨 보관하게 되면서 지정수량을 초과하게 된 것 같다”며 “공사기간이 5일 밖에 되지 않아 미처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위법사실을 인정했다.
△인체 유해성 여부
포스텍은 이날 오전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화재로 인해 발생한 유해물질은 없다”고 못박았다. 포스텍은 또 진화가 이뤄진 뒤 해병대 화학지원반에서 실시한 대기오염도 측정에서도 위해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목격자 김모(29)씨는 “화재 발생당시 검은 연기가 건물 전체를 뒤덮었고, 이내 고약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면서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에서 일부가 헛구역질, 두통 등 이상 증세를 보인 것으로 보아 대학 측의 주장을 믿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포스텍 관계자는 “구미 불산사고와 같은 우려할 만한 상황은 없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 보존 실패
소방당국과 경찰, 학교 측이 현장에 대한 통제를 실시해야 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현장 통제를 위한 `폴리스라인`은 오전 10시에 이르러 설치가 완료됐지만 이마저도 무시하고 진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띠었다.
남부소방서 관계자는 “화재가 완전히 진화되기 전까지는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기 힘들다”며 “위험한 현장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까지 신경쓰느라 화재 진화가 늦어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