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양의 가스 마셔도 농작물 처럼 서서히 말라 죽어…”
“불산은 적은 양의 가스만 마셔도 불산 가스에 노출된 농작물처럼 서서히 말라 죽는다”
“불산 가스는 한번 마시면 당장 증세가 안나타나더라도 10~20년 후에도 불산 후유증이 나타난다”.
“불산 가스는 고독성이어서 방사능처럼 흡입한 가축은 물론 농작물도 손을 대면 감염돼 두고 두고 고통을 받는다”
구미지역 불산가스 누출 사고를 두고 지역민들 사이에 불산에 대한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 사고 발생 후 관계기관의 신속하고 정확한 홍보가 부족해 전문지식이 없는 시민들이 괴담 수준의 유언비어을 믿고 불안감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루머로 멀쩡한 주민들도 `혹시 나도 불산가스 후유증이 오지 않을까` 염려하며 병원이나 진료소 등을 찾아 10일 현재 입원(11명) 및 검진치료(5천733건)가 약 6천명에 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관계 기관이 사고 초기에 정확한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 수습에 나선 것이 괴담을 키운 화근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불산가스 성분인 불화수소는 공기보다 가벼워 바람에 잘 날아가는데다 공기 중에서도 계속 희석이 돼 며칠 후면 거의 남아있지 않아 누출된 불산가스가 지역에 추가 피해를 줄 가능성은 적다고 말한다.
특히 불산가스의 주성분인 불화수소는 다른 산보다 크기가 작아 체내 흡수가 잘 되는데 이번 사고처럼 순식간에 대량 흡입 때는 신체대사와 신경 신호전달에 영향을 미쳐 칼슘을 빼앗으면서 심장마비와 발작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다고 했다.
순천향대학병원의 우극현 교수는 “불사가스는 약산이지만 물과 결합하면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노출시는 피부와 각막, 기관지 등 신체조직에 화상을 입게 된다. 그러나 이런 증상은 불화수소 가스에 노출된 직후 즉각 나타날 뿐 장기적인 후유증으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체내에 들어온 불산도 체내 칼슘이나 마그네슘과 결합하면 급격히 안정된 물질로 바뀌기 때문에 10~20년 후 휴유증이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단기간 소량의 불산가스 흡입으로 방사성 물질처럼 잔류돼 두고 두고 피해를 주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또 “불산가스는 “환기가 잘 안 되는 내부에는 불산이 남아있을 수 있으니 환기를 잘 시켜주거나 20도 이상으로 온도를 높여 증발하게 해줘야 한다”라며 “불산이 수용성이라 물에 녹아있을 수 있으니 사고 지역 인근에 있는 물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누출된 불화수소가 액체상태인 불산이었다면 소석회를 살포하는 것이 맞지만, 기체 상태로 공기 중에 노출됐을 때는 물이나 소석회 살포보다 오히려 바람의 이동 방향을 예측해 주민들을 서둘러 대피시키는게 제2의 피해를 막는 현명한 방법이었다”라며 초동대응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남보수기자 nbs@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