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생산효과 높고, 가정에선 여가시간 늘어 `웃음꽃`<br> 하루 근무시간 4시간 늘었지만<br>휴무일은 103일→190일로<br> 생산시간 늘고 불합격률 감소 `효과`
오는 17일로 포스코가 4조2교대 근무제로 전환한지 만 일년이 된다.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제철소 생산현장 등 교대 근무가 필요한 88곳의 작업장에 대해 지난해 10월17일부터 4조2교대 근무제를 시행했다. 4조2교대 시행 이후 직원들의 생활패턴이 크게 바뀌었다. 우선 시간적 여유가 많다보니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골프·등산·낚시 등 여가·취미활동도 다양해 졌다. 포스코 4조3교대와 4조2교대 근무제 비교
근무형태 | 4조3교대 | 4조2교대 |
근무방식 | 오전근무 5일→휴무 2일→오후근무 5일→ 휴무 2일→야간근무 5일→휴무 2일 |
주간근무 2일→야간근무 2일→휴무4일 |
하루 근무시간 | 8시간 | 12시간 |
연간 실근로시간 | 1천920시간(262일×하루 7.33시간) | 1천920시간(174.5일×하루 11시간) |
연간 휴무일 수 | 103일 | 190.5일 |
연간 출퇴근 횟수 | 274회 | 183회 |
실근로시간은 근무중 휴식시간(4조3교대는 40분·4조2교대는 1시간)을 뺀 수치임. /자료: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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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직원 94.4% 4조2교대 `잘했다`4조2교대 근무는 직원들이 야간근무 이틀을 포함해 하루 12시간씩 4일 일하고, 4일은 쉬는 것이다. 4개 근무조 가운데 2개조는 하루 12시간씩 교대근무를 하고 나머지 2개조는 쉬는 근무형태다. 예를 들어 4개조 중 첫 번째인 A조에 속한 직원들은 이틀은 주간 12시간, 다음 이틀은 야간 12시간을 일한 뒤 4일간 쉬게 된다. 기존 4조3교대와 비교할 때 일할 때는 하루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근무시간이 4시간 늘어나지만 연간 총 근로시간은 동일하게 유지된다. 대신 휴무일은 연간 103일에서 190일로 80여일이나 더 늘어난다. 일년의 절반이상이 휴무인 셈이다.
포스코가 4조2교대 근무제를 과감하게 도입하게 된 것은 포항과 광양 16개 공장 교대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은 결과, 직원 94.4%가 찬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4조2교대 근무제 도입이 처음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2010년 처음 4조2교대 도입을 검토할 당시만 해도 직원들의 거부감이 많았다. 하루 근무시간이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4시간이나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5일간 이어진 야간근무가 이틀로 줄고 휴무일이 크게 늘면서 이같은 우려는 차츰 해소됐다. 포스코는 또 12시간 근무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기존에 40분이던 근무 중 휴식시간을 1시간으로 늘렸다. 4조2교대는 회사 입장에서도 생산 효과를 거두고 있다. 4조2교대로 바꾼 뒤 근무교대가 하루 세번에서 두번으로 줄었다. 통상 교대근무 때마다 10~20분 정도 걸렸으나 두번으로 줄면서 그만큼 생산시간을 벌게 됐다. 때문에 일부 공장에서는 불합격률이 낮아지고, 직원들의 아이디어 제안 건수가 늘어나는 등 시간적 여유에서 오는 효과를 얻고 있다. 쇳물을 뽑아내는 포스코의 고로는 일년내내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다. 하루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작업특성상 1만6천여명의 절반 정도가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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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직원가족의 라이프스타일4조2교대 근무제로 바뀐 이후 직원들의 생활패턴이 많이 변했다. 여가시간이 많아지다보니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고, 각종 동호인 및 취미활동이 크게 는 점이다.
예전의 4조3교대 근무때는 가족여행하기도 힘들었지만 이제는 마음 놓고 떠난다. “우리 아빠는 친구 아빠들과 회사에 가는 시간이 달라 함께할 시간이 적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빠는 벌써 회사에 갔을 때도 있고, 우리가 잠든 밤에 올 때도 있다. 그런데 이번 여름방학에는 아주 신나는 일이 있었다. 아빠가 나흘을 쉬어 아빠랑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백운산에 가 물놀이도 하고, 계곡에서 야영도 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처음 가본 부산 여행이다. TV에서만 보던 해운대에서 파도타기도 했다”(포스코 광양제철소 화학시험과 이경호씨의 딸 은서양 일기 일부분). 4조2교대 도입후의 달라진 가족문화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 4조3교대 때는 야간근무일이 많아 가족과 라이프스타일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4조2교대로 바뀌면서 야간근무 시간은 늘었지만 근무일이 줄어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날이 많아졌다. 포항제철소 제선부 조상봉(49)씨는 “4조3교대 근무 때는 주말에 쉴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아 가족과 함께 나들이 할 수 없었다”면서 “4조2교대로 전환 후 한 달에 한두 번 주말에 쉬게 돼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간여유가 많다보니 미리 스케줄을 잡아 골프모임이나 가족여행을 떠난다”고 덧붙였다.
포스코 외주파트팀에 남편을 둔 홍모(51)씨는 “4조2교대 근무 이후 남편의 생활패턴이 바꿨다. 예전에 자주하던 술자리가 줄고 대신에 골프나 등산 등 운동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4조2교대 근무제 도입이 가족들에게도 행복과 웃음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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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술집·식당·노래방은 손님 줄어포스코의 4조2교대 근무이후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풍경이 술집과 식당에서의 포스코맨을 쉽게 목격하기가 어렵다는 것. 예전의 경우 저녁마다 술집과 식당에서 회식을 하는 `푸른제복`의 포스코맨을 많이 볼 수 있었으나 요즘은 쉽게 찾아 볼 수 없다.근무패턴이 바뀌면서 직원들과 일하는 시간보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예전의 4조3교대 근무 때는 교대후 직원들끼리 회식자리가 잦았다. 그래서 동네 술집, 음식점, 노래방 등도 덩달아 특수를 누렸으나 이제는 포스코맨을 구경하기조차 힘들다.
해도동에서 소주방을 하는 박용림(가명·여·44)씨는 “몇년전(4조3교대 근무)만 하더라도 저녁때만 되면 포스코맨이 미리 예약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는데 요즘은 아예 예약도 없고, 술 마시러 오는 직원(포스코)들도 없다”며 “교대근무제로 바뀌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 상인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불만스럽다”고 말했다.
죽도동의 삼겹살식당 주인 정태근(가명·52)씨는 “손님(포스코)이 크게 줄었다. 예전 같으면 일주일 한두번은 포스코 부서 직원들의 단체예약이 있었고, 직원들끼리도 자주 찾았으나 요즘은 뜸한 편이다”며 “4조2교대가 포스코 직원들에게는 좋을지 모르나 지역 상인들에게는 지장이 많다”고 털어놨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