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마이즈루 직항로 팸투어 참관기 >> 상
우리나라처럼 국내연안이나 국제 크루즈관광이 활성화되지 않은 현실에서 여객선 규모에 가까운 소형 크루즈선인 퍼시픽 비너스호의 승선 경험만으로도 이는 충분히 확인됐다. 특히 장기불황으로 실속형 해외여행이 추세인 현실에서 호텔숙박과 항공이동을 한번에 해결하는 크루즈는 저렴하면서도 편의시설이 돋보였다.
소박한 규모의 풀과 무료 개방되는 바다 조망 사우나, 도서관과 각종 편의시설은 식당과 바, 공연 장에서 엄격한 복장 제한에도 불구하고 선박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휴식에만 집중하기에 최상의 조건이었다.
상공에서 보면 학이 춤추는 모습이란 뜻에서 `무학`(舞鶴)인 마이즈루시는 컨테이너 선석을 갖춘 무역항이자 해상자위대 주둔 군사항이다. 구 소련과 북한, 남한의 대치로 인해 `냉전의 바다`였던 동북아 환동해권에 접한 일본 서해안의 도시답게 별다른 발전상은 없는 도시이다.
하지만 이 도시가 속한 교토부(京都府) 북부권의 시와 정(町)들 처럼 오는 2014년 교토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현재 2시간30여분 이동거리는 1시간으로 단축돼 오랜 낙후에서 벗어날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활용한 한국과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한국과 정기항로 개설과 MOU를 체결하면 국비를 지원하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마이즈루는 이러한 시기를 맞아 도움이 될 만한 역사문화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1900년대 초 건설된 해군 어뢰창 등 일본 최고(最古)의 철골조 붉은벽돌 건물들이 지난 5월 `아카렌가파크 `로 리모델링 개관했다. 이곳에는 진시황릉 등 전세계에서 수집해온 적벽돌을 전시해놓았으며 `안네의 일기`의 주인공 안네 프랑크의 사진과 함께 소녀가 생을 마감한 독일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것도 가져다 놓아 일본인 특유의 수집벽이 감탄스러웠다.
또 하나, 일본 근대 해군 창군의 주역인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의 자취는 이 도시에 스토리텔링의 소재를 더하고 있었다. 그는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의 여순함대를 괴멸시킨 주역으로 `군신`(軍神)으로 추앙되고 있다. 근대에 창군 당시의 초기 일본군은 태평양전쟁의 광기와 폭력의 화신이 되기 이전에는 근면과 훈련, 충성심과 순수함의 결정체로 인정되고 있다. 도고 제독은 그 시절 일본 해군의 영웅이면서 전역 후에는 정치에 한눈을 팔지 않은 채 교육가의 길을 걸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에게는 일부 극우인사들이 소설에 기술된 예기라고 폄하하기도 하는 일화가 있다. 추격하는 러시아함대를 급선회 공격해 승리한 그는 이순신 장군의 `丁`자 진법을 구사했다. 그가 어느 자리에서 찬사가 이어지자 `영국 트라팔가해전의 영웅 넬슨 제독에게는 비할 수 있겠지만 조선의 장수 이순신에 비하면 구두끈 맬 자격도 없다`고 겸손해 했다는 일화다.
안내를 맡은 마이즈루시 스나하나 요시아키 관광기획실장에게 이를 소개하니 일본에는 생소하다는 반응과 함께 앞으로 잘 활용하겠다는 답이 나왔다. 인근에 자리잡은 해군기념관에는 1905년경 부함대장으로 근무한 도고 제독의 행적이 남아 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