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자의 위험에 대한 심리를 나타나는 지표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안전자산 선호(flight to quality)`다. 2008년 금융위기 및 2009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와 같이 예상치못한 사건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졌을 경우 투자자들이 질(quality)높은 자산, 즉 안전한 자산을 더욱 선호하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안전자산은 위험자산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시장리스크, 유동성리스크 및 신용리스크가 작은 자산을 말한다. 이 중 시장리스크는 시장상황 변화로 자산가치가 크게 변동할 가능성, 유동성리스크는 시장내 거래 물량이 충분하지 못해 거래 및 결제실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뜻한다. 다음으로 신용리스크는 채무자가 만기에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을 가리킨다. 이 3가지 기준에서 봤을 때 전통적으로 미달러화와 금이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며 2001년 9·11이후 스위스 프랑도 안전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다. 다만 미달러화의 경우 2011년 미국 정부부채 한도 상향조정과 관련한 정쟁심화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S&P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이 다소 손상되기도 했으나 아직까지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간주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는데 1987년 주가가 하루만에 전일대비 22.6% 폭락한 블랙먼데이,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 및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인 LTCM 파산, 2001년 9·11 테러 당시에도 금융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우리 실생활과도 밀접히 연관돼 있다. 예를 들어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날 경우 채권시장에서는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국채 등의 가격은 상승(이자율 하락)하는 반면 위험자산으로 여겨지는 회사채 가격은 떨어지게(이자율 상승) 된다. 이처럼 기업의 자금조달여건이 나빠지면서 신규 고용이 줄어들고 투자도 위축되게 된다. 더불어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은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져 파산위험이 커진다. 이로 인해 실업이 늘고 경기회복이 더욱 지연돼 가계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에 각국 정부는 금융위기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하게 나타날 경우 시중의 자금경색을 막기 위해 구제금융 투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금융시장을 정상화시키고 있다.
/이윤숙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조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