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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에 담은 `영혼의 언어` 눈빛

권광순기자
등록일 2012-04-17 21:10 게재일 2012-04-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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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사진작가 강병두 `視線` 주제 개인전
▲ 해외봉사활동을 통해 바라 본 `시선(視線·one`s eyes)`이라는 주제의 강병두 사진작가의 작품.

조용한 아침, 한 노인이 뤽상브르 공원을 걷는다. 깊은 사색에 잠겨, 실존이 명령하는 대로 말없이 걷는다. 아침바람은 신선하고, 하늘은 맑고 고요하다. 그 때 노인은 건너편에서 걸어오던 한 젊은이를 발견한다. 발자욱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러자 노인은 걸음이 빨라지고, 헛기침을 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당황해 하는 행동을 한다. 그가 탐험하던 생각의 바다는 완전히 사라지고, 노인은 주변의 시선과 눈빛을 의식한다. 세상은 온통 번잡한 시선들로 가득하다고 느낀다. 노인은 사르트르이고, 그의 실존 찾기는 거기서 중단된다.

사르트르의 어떤 책에서 읽은 구절이다.

이렇듯 시선은 다양한 빛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필리핀 팔라우 바다를 담은 어린아이의 눈, 황혼의 붉은 노을을 담은 노인의 잔잔한 눈빛, 살인자의 잔혹한 광기어린 눈동자, 노회한 정치인 혹은 종교인의 교활하고 음흉한 눈초리…. 이 모든 것이 시선이다.

시선은 사람을 포함해 살아있는 영장류의 눈빛을 일컫는 말이다. 눈빛은 종종 영혼의 언어라고 표현되기도 하는데, 말없이 바라보기만 해도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영묘한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우리는 똑같은 눈빛에서도 각기 다른 의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어린아이의 해맑은 눈빛에서 일반적으로 `희망과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만, 용한 점쟁이는 그 눈빛에서 사악함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상으로서의 시선과 눈빛은 대상에 머물지 않고, 주체의 시선과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공통된 사실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 대상은 이미 고정되면서 이들의 시선은 `고정된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창문이 노출된 어린아이의 눈 속 그림에서 우리는 창문이 세 쪽으로 나누어진 창이며, 창문의 재질은 플라스틱이 아니라 목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미시적 분석을 통해 촬영지를 추론하고, 의도를 유추하는 이 사진들을 감상하는 `많은 시선`에 주목하고 싶다.

공정한 신의 눈빛이 아닌 한 `의도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고정된 대상인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착종된 시선, 보는 사람의 왜곡된 눈빛을 바라보고 재해석하고 싶다. 안동에서 향토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강병두씨는 해외봉사활동을 통해 바라 본 `시선(視線·one`s eyes)`이라는 주제의 개인 사진전 개최 소감을 이렇게

▲ 사진작가 강병두

표현했다.

매주 월요일만 제외하고 29일까지 낙동강변 안동문화예술의 전당 상설갤러리에서 시선의 다양성이 담긴 강씨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경일대학원 사진영상학과를 졸업한 강병두씨는 2007년 `외국인 근로자를 통해 본 초상`(대구GNI 갤러리 초대전), 2008년 `안동을 사는 사람들`(안동시민회관), 2010년 영양 두들마을 향토음식사진전을 비롯해 지난해 현대사진영상학회 국제사진전에 출품한 바 있다.

안동/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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