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헤지펀드업체인 시브리즈 파트너스 자산운용社의 더글러스 카스 대표가 칼럼을 통해 “미국 경제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보다도 해결하기 어려운 스크루플레이션 상황에 빠져 있다”고 언급하면서 처음으로 이슈화 됐다.
경제지표상으로는 경기가 회복하는 것처럼 보여도 중산층 입장에서 보면 들어오는 돈은 줄어들고 나가야 할 돈은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이 중산층을 쥐어짜기 때문에 경기회복기인데도 이들이 적극적으로 소비를 하지 않아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는 결과가 야기된다.
이처럼 스크루플레이션은 거시경제 차원에서 경기가 침체되면서 물가가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과 달리 미시적인 차원에서 쥐어짤 만큼 일상생활 속 경제생활이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개인이 느끼는 체감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주로 물가 상승과 함께 실질임금 감소, 주택가격 하락, 임시직 증가 및 세금 과다 등으로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데 기인한다.
전체 소득 가운데 세금과 이자 등을 지급하고 남은 가처분소득이 많아야 소비도 증가하는데 물가 상승과 실질임금 감소 등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게 되면 중산층이 더 이상 활발한 소비를 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가 발전하지 못하고 스크루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우 실질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고물가로 1.5% 증가에 그쳐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이 별반 나아지지 않았는데도 민간소비는 상대적으로 더 늘어났다. 대신 가계의 순저축률이 크게 하락했다.
또한 가계 빚도 크게 늘어나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156%의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고물가시대에 가계대출 1천조원 시대가 열리면서 가계는 과도한 이자 부담과 실질소득 감소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오른다면 가처분소득은 더욱 줄어들게 되고 그만큼 소비도 위축될 것이다.
오권영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