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소가 웃는다

등록일 2012-03-12 21:51 게재일 2012-03-12 22면
스크랩버튼
▲ 이동옥전 포항교육장
소가 웃는다.

집에서 길러지고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동물들을 가축이라고 하는바 여러 종이 있겠으나 그 가운데 인간생활과 가장 밀접한 세 가지를 들라고 하면 단연 닭과 개 그리고 소가 될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세 종과 관련된 사자성어나 속담들이 많다.

예를 들면 `닭 쫓던 개 지붕 처다 본다`는 말은 열심히 쫓던 목표물이 갑자기 잡을 수 없는 자기능력 밖으로 사라지는 황당한 상황을 두고 표현하는 말이다.

또한 어떤 일을 두고 서로 상반된 의견으로 아주 격하게 다툼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상대방의 이야기를 더 이상 들을 필요 없이 무시하면서 더욱 화를 돋우고자 할 때 시치미를 떼면서 `왠 개가 짖노?`라고 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간혹 상황을 유리하게 반전시키기도 했었지만 십중팔구는 싸움을 더욱 격하게 하는 촉매가 됐는데 당해 보기도 했고 또 써먹기도 해서 어떤 상황에서 쓰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소가 웃는다`는 말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사용해야 되는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 소 먹이로 갔을 때 간혹 황소가 암소의 소변냄새를 맞고 입을 하늘로 치켜들면서 취하는 제스처를 두고 우리는 `소가 웃는다`고 했었는데 그런 내용은 아닌 것 같고 또 우이독경과는 사뭇 다른 상황을 두고 말하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오랜 혼란과 진통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한미 FTA가 비준이 됐고 대통령의 서명까지 끝났건만 아직도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시비가 잦아들지를 않고 있다. 이유인 즉 농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고 그 가운데 축산농가도 포함이 돼있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그 여파인지는 몰라도 FTA가 발효되기도 전에 벌써 송아지 한 마리의 가격이 단돈 만원이라는 기사와 지금껏 짠 밥 먹이던 군인들에게도 한우를 먹인다는 기사가 대서특필 된 것을 보면 사태가 심상치는 않게 돌아가는 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숫제 말로 소 값이 똥값이라는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우 쇠고기 한 근 값은 몇 만원씩 한다니 이해가 잘 되지를 않는다. 그렇다면 송아지 한 마리를 잡아도 쇠고기 한 근이 채 안 나온다는 말인가? 그게 아니라면 송아지를 잡으면 쇠고기이지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고기는 아니라는 말인가? 도대체가 말이 안 된다. 어떻게 설명을 해도 이빨이 맞지 않고 논리적이지 못하다. 이때가 바로 우공의 염화시중의 미소가 아닐까?

아산 정주영 회장님이 소 101마리를 실고 휴전선을 넘던 때의 뭉클한 가슴이 사그라진 지도 추억이 됐고 장본인인 회장님마저 고인이 된지도 기억에 아련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국의 축산 농가들이 소 천 마리를 실고 땅에 떨어진 소 값을 보상하라는 시위를 하려고 상경을 시도했단다. 경찰은 축산 농가들의 고충과 아픔을 이해는 하면서도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 없는지라 원천봉쇄를 한답시고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서로 대치를 하는데 그 광경이 가관이었다.

선동적인 문구의 붉은 머리띠를 한 축산농민과 검은색 제복에 방패를 든 전경들, 양측은 소를 태운 차량을 사이에 두고 격한 말투로는 안 되겠던지 이윽고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벌어졌다. 양 진영의 다툼을 트럭 위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는 우공의 미소가 있었으니 바로 영락없는 `소가 웃는다` 였다.

`코를 꿰어 고비를 다잡아 맨 체 트럭에다 실어놓고 네 놈들끼리 싸우는 모습에 웃지 않을 수 없다`

마음산책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