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나그네란 말이 있다. 지구가 무대이고 인간은 거기서 잠시 쉬었다 가는 광대라 했다. 오래 살아야 100년 살다 가는 인생, 이것저것 빼고 나면 정말 보람있게 사는 날은 불과 40~50년이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도 “나는 고작 이 세상에서 하나의 나그네, 한 가닥 편로에 지나지 못한다”고 했다. 출발하면 돌아오는 길도 없는 외길이며 일방통행이다. 그래서 인간은 모두가 영원한 나그네이며 고독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다. 던져진 생명이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살다 갈 수도 없는 것이고 부모에게서 받은 육신을 함부로 천시할 수도 없는 귀중하고 소중한 존재이다. 그냥 떠날 수는 없다. 무엇인가를 남기고 가야 한다. 이름이나 명예를 남기기 위해서 모두가 부단히 노력하고 보람을 갖기 위해서 정해진 저마다의 목표를 향해서 매진한다. 어떤 이들은 인간답게 살다가는 것을 매우 소중한 것으로 여기고 고귀한 인품을 연마하고 수양하는 것도 모두가 이치에 맞는 일이다. 이런 시조가 생각난다. 봄철에 집을 떠나 가을에 돌아오니/ 꿈속을 오락가락 지낸 곳 암암코야/ 이몸은 철따라 도는 기러기인가 하노라/ 중국의 시인 호적도 긴 밤 몸소 베틀에 앉아/ 멀리 멀리 생각한다/ 먼곳에 가있는 사람을/붉은 거문고 줄 보드라운 손가락으로 희롱하며/한 가락 타고 푸른 눈썹 찌푸리고/ 자리에 가득찬 하늘가에서 모인 나그네/ 두서없이 나그네 시름 새로와 진다/ 나그네는 서러운 것이라 한다. 모두가 나그네인데도 한번 지나가는 세월이 아쉬운 듯 한다. 남한성에 해가 저문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리 소리를/ 나그네는 강가에서 눈 감고 듣는다. / 아득히 돌아가는 천리 길/ 가을 바람이 차다/ 이럴 때면 머리에 백발이 는다고 했다. 속담에도 이런 말이 있다. 나그네 생활 삼년에 골이 빈다. 인생은 나그네, 마침내 집에 돌아온다. 인생은 나그네, 마침내 대지에 돌아온다. 나그네에겐 길이 있어야 한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