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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이덕규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2-01-18 21:34 게재일 2012-01-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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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채로 묻었다, 살겠다고

악착같이 올라오는 소 돼지들을 구덩이 속으로 다시 한 번 깊숙이 밀어넣고 묻었다

그렇게 멀쩡한 몸과 아픈 몸들을 뒤섞어 생매장하고 돌아온 날

그 캄캄한 매몰지가 뒤숭숭한 밤

생생한 생(生)의 액기스가

조금씩 젖어 올라오는 꿈자리가 축축한 밤

드디어 뜨겁게 달아오른 발굽으로 도착한

육체의 간절한 신대륙에서 일제히 날아오르는 저 희 나비떼들이여!

구제역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았다. 아니 구제역 뿐만아니라 조류독감 같은 유행성 전염병으로 전국의 축산농가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애지중지 키우던 것들의 주검을 묻는 농민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멀쩡한 몸과 아픈 몸을 뒤섞어 생매장하는 농심은 까맣게 타들어갔을 것이다. 피할 수는 없는 것이었을까. 그들의 생의 여건들에 우리 인간의 잘못이나 무관심은 묻어있는건 아닐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가만히 우리를 들여다보아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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