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운동장은 공립학교인 `크리센타밸리고교`의 소유이지만, 운동장의 고무판 깔린 육상트랙은 몇 년전 동네 주민 한분이 주민들의 활용을 위해 100만불을 기부함으로 조성될 수 있었다고 한다. 낮 동안은 그곳 학생들이 이용하지만, 오후6시부터는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다. 인근 후리웨이의 소음이 들리기도 하지만 삼삼오오 짝을 지어 트랙을 걷고 뛰다 보면 수림에 둘러싸인 운동장의 맑은 공기와 고무판트랙의 탄력있는 발디딤이 매우 상쾌하다.
이곳 `라크리센타`를 비롯한 미국의 동네들에서도 주민들의 건강관리 붐이 한창이어서 많은 이들이 주변의 사설 `휘트니스센터`에도 가고, 공공체육관 및 수영장에도 가고, 집주변을 산책이나 조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중 가장 인기있는 장소가 이 학교 운동장인 것 같다.
요즈음 우리 한국의 경우, 불량한 자들의 어린이들에 대한 범죄를 예방하고자 혹은 학교시설 보호를 위해 초중고교에서 외부인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경향이 크다. 이곳 미국의 학교들, 특히 대규모의 고등학교에서는 교실 등 주요시설과 운동장의 체육시설들이 잘 분리되어 있어서 한국의 경우와 같은 염려는 크게 없어 보인다. 물론 경비원들의 역할도 클 것이지만….
필자는 평소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편이라, 식구들로 부터 `건강을 챙겨라`, `운동을 해라` 등 성화가 많았었다. 그래서 등산, 사이클링, 조깅 등에 걸친 규칙적인 운동계획을 세워 보았지만, 대부분 용두사미로 끝나고 남은 것은 어쩌다 집주변을 산책하는 것 정도이다.
하지만 집 주변을 걷는 것도 그리 편치 못했다. 코스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도 못했고 노면도 정리되지 못한 경우가 많아 넘어지거나 교통사고의 위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은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 냄새이다. 이는 필자가 현재 거주하는 곳이 신도시급 아파트 주변임에도 그러하다.
필자가 2~3년전까지 거주하던 교외 산자락의 작은 아파트단지의 경우에도 주변 산책이 기대와는 달리 쉽지 않았다. 저녁이면 여기 저기 불태우는 쓰레기냄새, 길가에 매어두거나 복날 대비하여 키우는 듯 커다란 철망에 넣어 둔 여러 마리 커다란 개들의 위협적인 짖음이 매우 신경을 건드렸었다.
현재 포항의 많은 마을이나 아파트 단지들이 나름대로의 운동시설과 산책코스들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으며 좀 더 연구가 필요하고 투자가 필요하다. 도시단위 큰 시설들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선도적인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지만, 마을단위 시설들에 있어서는 시민들 스스로의 투자가 좀 더 필요하다고 보아진다.
큰 규모 시설 설치, 교통안전, 생태계 보전 등을 위해서 지자체 차원의 역할 내지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들 차원에서도 산책코스 선정, 길 고르기, 주변 쓰레기 치우기 등이 필요하고, 기타 체육시설 설치를 위한 기부가 필요하고, 이를 유지 보수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필자는 포항시의 한 시민으로서 큰 규모의 시민전용 실내수영장, 휘트니스, 조깅트랙 등이 포함된 실내체육관이 남북구에 한 두개씩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각 읍면동 내지 지구단위로 중소규모의 최신 체육시설, 고무판 깔린 야외 조깅트랙, 산책코스 등이 설치되었으면 좋겠다.
그 설치를 위한 재정확보 방안도 다양할 것이지만 시민들의 이용도 무료이거나 약간의 이용료를 내는 수준에서. 이러한 시설들은 시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기도 하지만 도시미관의 정비를 위해서도 도시의 특징적인 홍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보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