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복여인
봇둑에 찔레꽃 환히 피고
둑가 늘어선 버드나무
푸른잎 돋아나면
논, 밭에는 봄가뭄이
하얗게 내렸다
보릿고개 넘으려면
아직도 막막한데
아이들은 찔레순을 꺾어
허기를 씹으면서
길게 늘어진 둑길을 달렸다
밭둑이나 고샅에 왕성하게 번져오고 번져가는 찔레꽃 덤불을 보며 어린 시절 그 굶주림과 가난의 시간들을 추억하고 있는 시인의 가슴은 젖어있다. 아직 보리는 푸른데 먹을 것은 없고, 끝없이 밀려오던 그 막막한 가난의 물결. 허기를 달래려 찔레순을 꺾어 먹던 모습이 그리 오래된 사진만은 아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