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이번 총회의 목적을 ◆녹색기후기금 운영 체제 확립 ◆국별 감축활동에 대한 제3자 확인(MRV) 체계 ◆기술이전 이행 체계 확립 등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UNFCCC를 주도하고 있는 EU가 더반총회 직전에 `2020년 이후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새로운 글로벌 온실가스 방지체제를 출범시키되, 2015년까지 관련 논의를 종결`하자는 새로운 의제를 제출했다. 이 제안은 더반 총회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EU 제안에 대해 각국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U는 신성장동력으로서 새로운 저탄소 녹색경제체제가 필요했고, 개도국은 매년 1천억 달러라는 자금과 기술 지원이 절실했으므로 양측 모두 현 글로벌 온실가스 방지체제의 붕괴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선진 38개국은 2012년 이후에도 교토체제를 이어나가는 것에 합의했다. 또한 모든 국가의 참여를 전제로 하는 새로운 글로벌 온실가스 방지체제를 2020년에 출범시키고 이에 대한 논의를 2015년까지 종료하겠다고 합의했다. EU의 제안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한편, 러시아, 일본, 캐나다는 교토의정서 의무국에서 벗어났고 미국, 중국, 인도 역시 2020년 체제가 출범하는 데 긍정적 입장을 표명하는 대신 2012년 이후 교토의정서에는 가입하지 않아 당장의 경제적 부담을 피하는 실리를 챙겼다. 결국 이번 더반총회의 합의는 각국의 실리가 반영된 결과였다.
앞으로 포스트-교토체제, 특히 2020년 이후 새로운 글로벌 온실가스 방지체제는 현재 UNFCCC 중심의 단일 체제에서 UNFCCC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반면 국가 및 지역 중심으로 다원화되는 방향으로 갈 전망이다. 예를 들면, 글로벌기구 또는 협회를 중심으로 하는 부문별 감축체제와 교역상대국 간 협의에 준하여 온실가스 실적을 도출하거나 활용하는 양국승인옵셋메커니즘, 가칭 Climate Change FTA 등이 급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지속 가능한 녹색경쟁력은 혁신적인 저탄소 녹색기술과 녹색경영은 물론 제3자 확인이나 표준화 역량, 그리고 금융산업과도 연계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2020년 감축 목표는 경제 여건을 반영한 최선의 의사결정 중 하나라 할수 있다. 그러나 시장메커니즘을 기대하기 어려운 총량배출권거래제에 모든 것을 거는 모습, 즉 이 제도만 도입되면 저탄소 녹색성장이 달성될 것처럼 생각하는 태도는 그리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 온실가스 점유 비중이 1~5위를 차지하는 국가들이 빠진 상태에서 총량배출권거래제 시장의 성장은 한계가 있으며 혁신적인 탄소혁신기술 개발도 지체될 전망이다. 오히려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견인하여 왔던 철강 등 주력 산업의 녹색화가 힘들어져 성장동력을 상실한 녹색화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제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 동향을 넓게 보고, 명분보다는 실리에 초점을 둔 협상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현재 국제사회에 다양하게 논의되는 다양한 감축방안 또는 옵셋메커니즘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주로 진출하고 있는 국가와 Climate Change FTA를 체결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모든 제도의 근간이 되는 제3자 확인제도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때 반드시 주요 교역국과 상호인정(Mutual Recognition Agreement)을 전제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또한 금융산업 역시 녹색산업에 대한 지원 역량을 조기에 육성해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