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겨난 구멍이 하나 둘 메워지는 사이
그 사이에 쉬임없이 드나드는 것들
말과 침묵과 사람과 사람 사이
그 사이에 집
(…)
화음이 있고 적막이 있고
깨어 있는 것들 깨우는
잠든 것들 잠재우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집,
오래된
오래된 집에는 오래된 시간이 살고 있다. 낡은 적막이 고즈넉히 고여있는 듯 하지만 아니다. 거기엔 활활 타오르는 화엄과 적막이 살아 숨쉬고 있다. 모두들 비운 그 빈곳에는 충만한 생명이 일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비단 오래된 집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자연도 인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연륜이 깊은 나무 아래 서면 그 깊은 시간의 향기를 맡을 수 있고, 연세가 높은 어른들의 깊은 눈을 보면 그들이 건너온 깊은 시간, 그 그윽한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