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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 1천개를 보낼려고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1-06 20:47 게재일 2012-01-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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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두루미를 학이라 한다. 학명적으로 말하면 학은 두루미 목(目) 두루미 과(科)에 속하는 대형 조류이다. 몸길이가 136~140cm이고 날개를 편 길이가 240cm이다. 온몸이 백색이고 머리꼭대기의 적색나출부와 이마에서 멱·목에 걸쳐 긴 흑색부가 있다. 월동지역을 찾아 다니며 서식하는 철새로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 제202호로 지정돼 있는 국제보호조이다. 통계적으로 볼 때 1천여 마리 밖에 안되는 희귀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평화와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 소나무 위의 그림이나 자수 등에 볼 수 있으나 두리미와 황새를 잘못 아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학은 조용하게 사색하는 조류이다. 물가 한적한 곳에서 먹이를 찾으며 몸매가 교교하고 멋이 있는 신사풍의 새이다. 몸 색깔이 하얀 색이라서 한국의 선비를 상징하는 자태이다. 그런데 수 년 전만해도 대개 젊은 층의 청소년들이 종이학을 접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고 은사님께 보내어 지고지순한 마음의 한쪽을 보내곤 했는데 요즘은 다소 뜸해진 것 같은 느낌을 가진다. 필자도 한 때 제자들로부터 종이학을 선물받고 책상 위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 보낸이의 정성을 늘 감지해 오면서 감사를 잊지 않았다. 며칠 전 식구 중 한 아이가 돼지저금통 대형을 갖다 두고 학이 조형된 500원짜리 동전을 넣기 시작했다. `무엇 무엇 한 셈치고` 500원의 학을 모아 불우 이웃에게 돕는 일을 해야 겠다며 나에게 협조와 동참을 권유했다. 학 1천 마리를 모으는 것이 자기의 목표라 한다. 학 1천 마리면 50만원이 된다. 한 통을 채우려면 장구한 세월이 요구된다. 연말연시나 명절을 전후해서 베푸는 마음을 가지겠다는 갸륵한 마음에 나도 크게 고무된 일이라 생각하고 전심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심지어 가정을 방문한 손님에게도 그 취지를 설명하고 도움을 권유한다. 잘 생각하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오늘 버스 탄 셈치고 5개, 배가 부르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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