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어린이 재단에서 전해진 소식이다. 70만 원 남짓한 월급을 쪼개 다섯 어린이를 도와온 중국집 배달원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숨졌다는 얘기이다. 서울의 어느 한 곳에서 54세 김우수씨는 배달 오토바이가 승용차와 충돌해 부상이 심해 이틀만에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서울의 강남의 한 고시원에서 살아온 김씨는 월급이 70만원 안팎에 불과했지만 2006년부터 매달 5만~10만원 씩 5년째 어린이재단을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린이들을 도와왔다는 것이다. 또 재단 앞으로 사망 시 수령액 4천만원의 종신보험도 들었다. 그의 과거도 파란만장했다. 5년전 홧김에 저지른 방화사건으로 교도소 생활을 하던 김씨가 출소 6개월을 앞둔 2006년 2월 우연히 본 잡지를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것이다. 당시 김씨가 본 잡지에는 가정폭력과 빈곤에 처한 아이들의 기사가 실렸다. 김씨도 7세 때 보육원에 보내졌다가 12세 때 도망나와 떠돌이 생활은 물론이고 구걸까지 했다고 한다. 가족도 없이 오토바이 배달로 생계를 이었고 돈은 버는 족족 노름을 하거나 술을 마셔 탕진해 버렸다는 것이다. 교통사고로 혼수상태가 된 적도 있었고 돈없다고 괄시하는 술집에 불을 질러 1년 반의 징역살이를 하기도 했다. 출소한 김씨가 잡지 기사에 영향을 받은 듯 자신의 어린시절 아픔을 떠올리면서 힘든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재단에 연락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초등학교도 못 나온 박봉에 혼자 살기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자가 베푼 선행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오히려 자기가 후원하는 어린아이 덕분에 자기가 새사람이 되었다고 토로한 심성이 너무 후덕스러웠다. 담배도 끊고 처음 저축도 해 봤다고 한다. 월세 25만원 짜리 고시원 방에 웃고 있는 다섯 아이의 사진이 그의 유일한 행복이었다. 철가방 인생의 생애가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기록할 의무가 있단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