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2010년 실태조사에 의하면 학교폭력으로 자살충동을 느낀 학생이 전체학생의 무려 30.8%, 죽을 만큼의 고통스러움을 호소한 학생은 13.9%에 달했다. 이 통계대로라면 우리의 학교는 더 이상 학교가 아니다. 일반 성인사회보다 더 무서운 공포의 집단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학교의 공포를 벗어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이런 학교에서 자라난 2세들이 만들어 낼 미래의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까. 생각할수록 암담한 마음, 어두운 생각만 맴돌 뿐이다.
때묻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 왜 이렇게 난폭하고 잔인하게 변해가고 있으며, 왜 피해 학생들은 자신들의 고통을 부모와 선생님에게도 호소하지 못하고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폭력물에 대한 노출과다, 가정과 학교의 붕괴가 근본원인이라고들 한다.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가해학생이나 교사,학부모들이 왕따를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해학생의 경우는 가정폭력이 학습되는데서 발생한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이같은 원인 분석은 보는 관점에 따라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어느 시대 어느 사회든 완벽한 학교, 완벽한 가정을 가질 수는 없다는 측면에서 왕따 폭력은 1차적으로 학교내의 교사와 학생의 문제다. 무엇보다 가해학생과 그를 둘러싼 학내의 분위기가 왕따에 대한 죄의식을 갖지 못한다면 이같은 왕따 범죄는 영원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피해학생이 교사에게조차 자신의 위급하고 고통스런 처지를 호소하지 못한다면 왕따학교는 구제불능의 늪속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가해학생과 그 주변이 왕따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학교내의 소통마비가 가장 큰 원인이다. 피해학생이 자신의 힘든 처지를 교사에게 호소하지 못하는 것은 방관과 이기의 벽으로 둘러싸인 소통부재가 핵심 원인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있는 소통의 문제가 바로 학교의 문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학교에서는 무료급식 문제에 이어 학생인권 조례 문제가 가장 큰 이슈다. 급식의 문제나 학생인권의 문제가 중요한 의제임은 분명하고, 특히 학생인권 문제는 학생을 공포로 몰아넣는 왕따의 핵심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학생인권 조례의 주요내용을 보면 체벌, 두발자유화와 휴대폰 사용, 교내 집회허용 등에 초점이 모아졌을 뿐 학생인권 침해에 가장 심각한 문제인 왕따 관련 규정은 전혀 언급이 없다. 전교조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진보 교육을 부르짖는 교직자들의 인식이 교육현실과 얼마나 괴리돼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왕따의 피해와 가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교사의 역할이나 학생들의 자구노력, 학부모와 동료학생들의 피해구제 등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없음을 반영하는 것 같다. 바로 이 문제에 대한 학교구성원간의 소통이 없는 반증인 것이다.
학교의 왕따 문제는 학교와 가정, 사회에 모두 책임이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그같은 범죄가 일어 나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과 훈육의 책임을 진 교직자들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가정과 사회의 책임과 역할을 촉구하는 것도 교직자들의 몫이다. 특히 전교조가 설립된 후 교사들이 단순한 월봉 노동자로 인식되는 학교분위기가 학교내 소통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음도 알아야 한다. 왕따 공포를 벗어나기 위해 소통을 위한 교직사회의 각성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