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떠돌아 다니는 말 가운데 `부자 거지`란 말이 있다. 거지란 말이 붙어서 사실 거지가 아니라 부자다. 다만 가진 재산 가운데 부동산은 많지만 생산성 있는 동산이 없어 생기는 소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남들은 재산이 많아서 부러워 하고 있지만 생활하기가 매우 곤란을 느낄 때마다 많을 것이다. 지난 9월에 인천의 한 번화가에서 일어난 사건이 생겼다. 경찰 수사관 모두가 어리둥절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한 50대로 보이는 사람으로부터 신고가 들어왔다. 시가 500만원이 넘는 금장 손목시계와 현금 500만원이 든 검은색 가방을 도둑맞았다는 것이다. 피해자 모씨는 오전 5시경에 한 건물 야외공간에서 술에 취해 계단에 앉아 있는 사이에 가방을 옆에 두고 깜빡 잠이 든 사이에 가방을 도난 당했다는 것이다. 경찰관이 피해자에게 거주지를 묻자 “집은 없고 1년 전부터 인천 시내 공원, 빌딩 등을 돌아다니며 노숙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노숙인인 피해자가 잃어버린 현금 출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수년 전 부모에게 상속받은 부동산을 보상받아 50억원 대의 재산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상금을 은행에 예치해 한 달에 이자로만 1천만원 이상 받아 넉넉하게 생활한 것이다. 미혼으로 부양가족도 없고 늘 현금 500만원씩은 늘 갖고 다닌다는 것이다. 많은 돈이 있는데 왜 노숙하느냐는 경찰관의 질문에 집이나 여관에서는 답답해서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어서 노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폐쇄회로를 분석한 결과 새벽 운동을 나온 이 동네 주민을 붙잡고 사실을 확인한 후 이미 써버린 100만원을 빼고 나머지 400만원과 시계를 회수해서 주인에게 돌려줬다. 50억원대 재산을 가진 노숙인이 있을까, 없을까 하는 것이 한 때 유행처럼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막대한 재산을 가진 노숙자가 있는 일이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무슨 사연이 또 있는지 알기 힘든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