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찾아간 곳은 오사카의 외곽지대에 있는 사카이시의 한 고령친화마을로 지금은 거의 노인들만 사는 동네다. 마을 입구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먹거리를 사기 위해 제법 복잡하게 붐비고 있었으나 젊은이를 찾아보기는 매우 힘들었다. 40년 전 오사카시에서 야심차게 계획하여 만든 이 지역은 지금도 여전히 깨끗하고 편리한 시설이 많으나 점점 공동화되고 있다.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마을에 있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 상점들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특히 개인주택형으로 보급된 넓은 집은 이제 노인들이 관리하기에도 버거운 듯이 보였다. 넓은 집은 노인만 살기에는 너무 넓고 쓸쓸해 보이고, 정원은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관리하지 않은 지 오래된 것 같았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는 이는 거의 없고 죽어가는 이는 늘어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일본의 이런 정책은 적어도 한세대 뒤인 지금에 와서는 일종의 실패작처럼 보인다. 그야말로 40년 전 뉴타운이 올드타운이 되어버린 것이다.
실패의 원인이야 여러가지겠지만 나는 두 가지 원인을 생각했다. 첫째는 노인을 위한 주거지를 외곽지대에 자리잡게 하였다는 점이다. 외곽지대에 자리하고 있게 되면 도심과의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게 되고 병원, 백화점, 문화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줄어들어 불편한 점이 많아진다. 둘째, 다른 세대가 고려되지 않고 고령자 집단만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이다. 고령자만 한 곳에 모여서 살게 하면 물이 고이듯이 마을이 더 고령화되기 마련이고 시간이 경과하면 아무도 살지 않는 마을로 전락될 수 있다.
일본은 이러한 문제점을 그냥 두고 있지는 않았다.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새로운 지역활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낙후된 지역을 다시 뉴타운으로 만드는 움직임이 우리가 갔던 마을 인근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노령친화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몇 정류소 떨어진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오사카부가 뉴타운 재건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사카부에서 파견된 두 명의 공무원이 이 지역을 라이브타운센터로 활성화하기 위해 직(職), 유(遊), 학(學), 주(住)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생활, 환경, 복지 등과 관련된 사업소를 유치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감도의 문화체험시설을 제공하여 다채로운 상업문화공간을 마련하고,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역전에 대학캠프스를 유치하여 지역주민이 평생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역전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만드는 등 굳이 노인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고 지역의 모든 연령대를 감안한 뉴타운 건설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번 연수에서 우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령친화정책에 대해 타산지석으로 삼고 싶은 부분이 있다. 먼저, 마을의 구성은 다양한 생애주기를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모습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고령자만을 위한 실버타운을 만들게 되면 10년이 지나면 마을이 죽어가게 되기 때문에 노인만을 위한 마을보다 다양한 연령대가 어울려 사는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고령자를 위한 지역이라면 특히 의료, 문화, 상업의 영향권에 있어야 한다. 노인이 될수록 사회안전망 체계가 잘 갖추어져야 하고 따라서 고령친화지역을 설계할 때는 반드시 사회안전망 시설을 우선 배치하여야 할 것이다.
일본의 지역활성화 프로젝트는 지난 40년전 실버타운 건설에 대한 피드백의 결과라고 본다. 우리나라도 최근 부쩍 여성친화, 노령친화, 가족친화에 관심이 많다. 각각의 정책을 따로 때어 놓지 말고 통합적으로 수립하여 모든 지역주민을 위한 시민친화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