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동문 근처
사막을 건너온 달들이 돌이 되어 뒹굴고 있다
수명 다한 달들의 계곡
둥근 빛은 썩어 없어지고 찌그러진 몸통만 남아
흐르는 물소리에 돌돌돌 구르다 보면
이 강의 하구쯤에서 남은 뼈마저 닳아 없어질
울퉁불퉁한 달의 기억
쿵 -
캄캄한 밤
미끄러지듯 지상에 도착하고 싶었지만
어둠에 그 큰 이마를 찧고 마는 소리
바람도 없이 숲이 흔들리는 건
지친 달이 또 하나 찾아들었기 때문
한 폭의 움직이는 풍경화 속으로 독자들을 끌어가는 시인의 독특한 상상과 사유가 만들어내는 재밌는 작품이다. 달과 돌과 물과 강이 어둠과 죽음의 이미지 속에서 적절하게 섞여있는 풍경이 이채롭다. 아름다운 달밤의 풍경이 빚어내는 평화경이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