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의 비늘이 서늘히 빛나고
지느러미는 바다를 향해 헤엄친다
지친 뼈를 멈춰 물결에 몸 맡긴 채
진물이 빠지도록 꽃잠 꿈을 꾼다
산산이 찢어지는 비늘은 그림자가 없다
낮달 환한 상처는 이마를 쓸고 가고
입을 벌리는 영혼의 붉은 눈
한번의 외출은 유리항아리 속 구름이다
형체 없이 사라질 찬란한 물방울
바다를 향해 던지는 우울한 눈빛은
노을빛으로 익어 있고
삶의 얼룩만이 환영처럼 남아 뼈째 누워 입 벌리고
하늘을 맴도는 갈매기
조문중이다
어스름 타고 물때에 너울대는 바다의
검은 입이 울음을 내지른다
심해의 비늘과 지느러미가 바다를 향한 그리움에 한없이 헤엄치고 있는 곳. 지금은 그 푸른 바다가 신항만 공사로 매립되고 지워져버렸지만 시인의 가슴 속에는 영원히 살아있는 무한한 푸른 생명의 공간이다. 비록 이 시에서는 어둡고 답답한 상처로 감싸여 있는 곳이긴 하지만 바다는 영원히 싱싱한 생명 공간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