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영혼을 노래할 수 있고
샘은 속이 깊어야
시린 영혼을 담을 수 있다는데
나는 누군가의 배를 채우는 양처럼
몇 접시 안주도 못 되는
한 벌 남루한 옷으로 마음이 춥다
삼겹살 골목을 헤매며
배를 불려온 나의 샘은 기름기가 넘치고
푸른 녹이 슨 나의 징은 울지 못해
오늘도 나는 약탕기에 불을 지핀다
우리집 정원의 배롱나무는
단단한 몸과 생각이 하나가 되어
뼈만 남은 온 몸으로 겨울바람을 맞고 있다
지향하는 생각과 현실적 삶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생각과 현실적 삶이 어긋나고 충돌이 생겼을 때 인간은 반성을 한다. 시인이 추구하는 것은 맑고 시린 영혼이다. 그것은 망치를 많이 맞고 속 깊은 샘 같은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시인은 자신이 녹슨 정이자 기름기 넘치는 샘이 되어버렸다고 반성하고 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것일까 생각해봄직한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