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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기 작가의 심층세계·한국문학 재조명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1-10-26 19:40 게재일 2011-10-2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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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서울대 교수 `일제말기 한국문학의 담론과 텍스트` 출간

방민호(47)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최근 펴낸 `일제말기 한국문학의 담론과 텍스트`(예옥출판사 펴냄)는 그가 일제 말기 문학에 관해 10년간 집중해온 과정의 산물이다.

총 16편의 논문, 원고지 2천400매로 구성된 이 책은 일제 말기를 둘러싼 역사철학의 인식을 바탕으로 방대한 역사자료들이 동원돼 있다. 당시 제국 권력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문학인들이 말하고 싶었으나 말할 수 없었던 것, `있는 그대로` 쓰지 못하고 `위장`과 `연기`와 `수사`로 피력한 것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이광수, 박태원, 이상, 이태준, 김기림, 김남천, 임화, 오장환, 조지훈의 문학세계 분석을 통해, 일제 말기 문학의 새로운 미래적 가치를 발견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즉 `대일 협력`이 강요된 현실에서 문학활동을 해야 했던 당대 작가들의 의식의 `이면`을 들여다봄으로써 그들이 차마 말하지 못한 것은 무엇이었으며, 어떠한 위장의 방식을 선택했는지를 통찰하고 있다.

이로써 일제 말기 문학에는 친일문학밖에 없었다는, 그래서 이 시대의 문학을 `암흑기 문학`이라고 인식하는 통념을 깨고 한국문학사를 위한 훌륭한 문학 자산들을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

“필자가 이 책에서 뭔가 다르게 벌인 일이 있다면 그것은 일제 말기 작가, 시인, 비평가들의 담론과 텍스트를 심층적으로 읽어 그들이 말하지 않으면서도 말하려 했던 것을 발견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문학이 근본적으로 수사학적이라는 사실이 일제말기 한국문학 앞에서는 더욱 더 깊이 음미될 필요가 있다. 이 시대의 문학을 독해하는 데 있어 `연기`나 `위장`에 대한 고려 없이 `있는 그대로` 담론과 텍스트를 읽는 것은 문학 연구의 무능력을 드러내는 일이나 다름없다.(11쪽)”

저자는 현해탄 콤플렉스로 대표되는 이 시대 문학에 대한 식민주의적 시각에 맞서, 일본문학의 메커니즘에 속박되지 않는 한국문학의 보편성과 창조성을 발견하고 있다. 특히 이상, 김기림, 이효석 등의 연구에서 이와 같은 시각이 강조돼 있다. `한복을 입은 이상`에서는 소설 `실화`와 `날개`의 비교분석을 통해 이상이 일본으로 건너간 이후의 의식의 궤적을 살핌으로써 그가 얼마나 보편적인 문학의 경지를 추구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문명비평론의 행방-김기림의 경우`에서는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도로써 펼쳐온 김기림 비평의 전개과정을 통해 그가 민족의 원리를 찾아나가는 행로를 분석하고 있다. `이효석과 하얼빈`에서는 1940년 전후에 발표된 이효석 소설의 내면적 분석을 통해 그가 국민문학론이라는 정치주의적 담론과 일본적 오리엔탈리즘론과 엄격한 거리를 두었으며 독자적인 예술주의적 이상을 추구하였음을 확인하고 있다.

그는 일제 말기 작가들의 `친일적` 작품들의 분석을 통해 엄혹한 시대에 작가들이 어떠한 `내성(耐性)`을 지니고 있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광수, 김남천, 채만식, 박태원 등의 작품들에 대해 매우 신중하고 섬세한 분석으로써 `전향`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작가들의 심층 세계를 파악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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