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는 화혈이 성하고 음혈이 부족한 내풍과
외혈관 장애로 정신을 잃는 중풍이 있다며
요즘 풍은 영글지 못한 뇌수를 흔들기도 한다며
의원은 안팎 바람 모두를 조심하랬지만
수없는 일몰과 일출이 허허로운
철새들의 도래지를 지날 때마다
마음에서 비켜서던 바람의 기운이
오늘은 몸 한 구석 깃들어 있음에
오른쪽 안면근육이 저 혼자 춤출 때마다
두 손바닥 비벼 살린 맞불을 놓아
시간을 잃고 서성이는 한 사람을 기린다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몸 안팎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바람에 대한 노래이다. 바람은 형태가 없어 보이지 않지만 실존하는 것이며, 때로는 미국의 토네이도 같은 거센 회오리로 우리 삶의 여러 균형들을 뒤흔들어 놓고 부서버리기도 하지만 바람은 또한 대지의 숨결이며 대지 위를 방황하는 생령이기도 하다. 악마같이 죽음을 초래하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부드러운 천사의 손길 같이 생명을 탄생시키는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