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아무개는 인공신장실 신환. 아직 팔에 혈관수술도 못 받아 목 혈관 따고 투석을 한다. 그의 아내 매번 그를 따라온다. 와서는 침상 발치에 앉아 티브이도 외면한 채, 피를 거르는 네 시간 반 동안 남편 얼굴만 들여다본다. 마치 남편의 몸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싶다는 듯. 마음이 대신 아픈 것이어서, 그녀는 내내 잔뜩 찌푸린 남편보다 더 많이 아픈 거다
병과 고통과 싸우는 사람들, 그 기한 없는 전투에 지치고 슬픔에 젖은 사람들이 우리 가까이에 너무 많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절망과 불안에 몸서리치며 생존의 욕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가만히 위대하다 해야 할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