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40여개국서 동시다발 시위 준비중
◇유럽·미국 상황 =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선 지난 9일부터 유럽 각지에서 모여든 청년 수백명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 중 대부분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1천700km를 몇 달에 걸쳐 걸어 온 사람들이고, 그 과정서 프랑스 등에서 젊은이들이 합류하기도 했다.
주도 세력인 `분노한 사람들`은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들이 소수의 부자들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에 맞서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오는 15일 종합 시위를 벌일 예정이며, 동조자들이 속속 몰려들어 그날 시위 참가자는 최소 수천 명에서 많으면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이들은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17일 자본주의의 심장이라는 뉴욕에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자`는 청년들의 시위가 시작됐다. 금융자본의 탐욕과 소득 불평등을 규탄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반(反) 월가 시위는 뉴욕 뿐만 아니라 보스턴,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을 거쳐 수도인 워싱턴DC까지 확산됐다. 현재 25개 이상의 도시로 확산됐다.
◇시위대의 요구 = 시위대의 불만과 요구는 다양하다. 그러나 공통사항은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현실에 대한 분노다. 일자리와 먹거리에 대한 요구는 소득 불평등과 사회구조를 비판하는 목소리로 확대됐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드러난 금융자본가와 대기업들의 탐욕, 정치인들의 부패와 무능을 규탄하는 시위가 `진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쪽으로 발전했다.
이런 중에 미국 시카고의 시위대(Occupy Chicago)가 최초로 공식적인 주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12개 항목의 제안 리스트를 만들고 각 항목을 공식 요구조건으로 채택하기 위한 투표를 시작한 것이다. 거기서는 “부시 행정부가 도입한 부유층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폐지하라”는 주장과, “월가 범죄자들을 기소하라”는 주장이 이미 공식 요구조건으로 채택됐다.
이번 주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제 강화` `학생 부채 탕감` `선거자금법 개혁` `부자들의 세금부담을 늘리는 버핏 룰(Buffet Rule) 제정` 등을 놓고 채택 결정 투표를 할 계획이다.
◇15일 전세계 시위 = 유럽의 `분노한 사람들`은 그동안 유럽 곳곳에서 사회적 불평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자고 호소해 왔다. 그에 따라 유럽 각국의 젊은이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이용해 사발통문으로 호소를 전파하고 호응했다.
특히 오는 15일 각국에서 일제히 시위를 벌이자는 제안이 나오면서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해 퍼졌다. 그에 따라 15일엔 세계 40여 국가 수백 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들이 판단하고 있다. 런던의 금융가, 스위스의 취리히, 아르헨티나, 홍콩 등에서도 시위가 조직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금융소비자협회와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 금융자본 규탄 움직임에 동참하기로 결정, 다른 시민단체, 노동계, 금융 피해자 단체 등과 행동 방안을 논의 중이다.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활동 방향이 공표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노동·빈민단체들의 연대체인 빈곤사회연대는 별도로 `1%에 맞선 99%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를 내걸고 15일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금융자본 규탄 집회를 연 뒤 명동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등록금, 청년실업, 노인 빈곤, 노후 불안정, 높은 집값과 물가, 저임금 등 문제가 모두 신자유주의의 폐해라는 것이다.
`점령` 시위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웹사이트 `함께 점령하자`(Occupy Together)에는 이미 15일 여의도 집회를 촉구하는 글이 오르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 = 시위는 당초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의 항의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중·장년과 노년까지 가세하는 등 공감대가 확대됐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들도 시위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시적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시위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15일의 시위 또한 당일 하루로 그치지 않고 운동의 형태로 계속될 조짐을 보인다.
외신종합=윤경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