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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아파트 쏟아져도 시장은 냉담

연합뉴스
등록일 2011-10-10 21:02 게재일 2011-10-1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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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경기 침체 장기화 여파

서울 강남권에서 무더기로 새 재건축·재개발 예정 아파트가 쏟아져 나왔지만 얼어붙은 부동산 투자 심리는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과거 호황기 때는 집값이 들썩거릴 만한 `빅뉴스`지만 주택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유럽 재정위기까지 겹친 현 시점에서는 문의전화 한 통 받기 어렵다는 것이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 5일 새로 지정한 68개 재건축·재개발 정비예정구역 가운데 강남 3구에 위치한 15개 구역의 아파트에도 관심을 보이는 수요자들은 거의 없다.

이번에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된 강남구 개포동 현대1차 아파트 인근의 C공인 관계자는 “아파트 주민들은 정비예정구역 지정으로 집값이 혹시 올라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물어보는데 매수자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워낙 심각한 상황이라 100㎡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인 현대1차 재건축에 당장 관심을 보이는 `통큰` 매수자들을 찾아볼 수 없다는 얘기다.

송파구 가락동 가락삼익맨숀 인근의 E공인 관계자도 “주민들은 재건축이 확정되면 사려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대외적인 경제 상황이 워낙 나빠 정비예정구역 지정 소식에도 대기 수요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면적 142㎡의 단일 평형인 도곡동 삼호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아파트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사겠다는 문의도 없고 주민들의 반응도 시큰둥하다”며 “요즘 같은 분위기에 재건축을 해도 일반 분양이 될 것 같지 않다. 예전에 가격이 낮을 때 사들여 10년 이상 보유한 사람들을 빼면 주민들도 이익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중대형 아파트뿐 아니라 사업성이 좋아 보이는 중소형 아파트도 한파를 비켜가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된 개포동 도곡한신 아파트는 공급면적 기준 73~103㎡의 중소형으로 이뤄진 데다 대지 지분이 많은 편이어서 예전 같으면 투자자들이 몰릴 만한 단지지만 지금은 미동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사업 속도가 빠른 강남권의 기존 재건축 아파트도 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이제 막 재건축 구역으로 지정된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있겠느냐는 푸념까지 나온다.

실제로 부동산114 집계 결과 지난주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시세는 전주 대비 0.20% 떨어져 9주 연속 하락했다. 이 중에서도 송파구(-0.53%)와 강남구(-0.26%)가 내림세를 주도했다.

4만가구 이상의 `미니 신도시`급 재건축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개포지구 개포주공 1단지 56㎡는 추석 전까지만 해도 10억원 이상을 호가하다 최근 9억1천만원에 거래되는 등 한 달도 안 돼 1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하지만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는 건설사들은 이번 무더기 재건축·재개발 구역 지정이 장기적으로 업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벌어질 수주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요새 할 만한 주택사업은 재개발·재건축밖에 없는데 서울 한복판에서 새 물량이 쏟아진 것은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며 “이번에 나온 재건축 물량을 놓고 건설사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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