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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어디로 갔을까 ... 이 규 리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11-10-07 20:43 게재일 2011-10-0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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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타버린 낙산사 동종

꺼멓게 녹아내린 것 보았다

그렇다면 소리는 어디로 갔을까

쇳덩이가 불을 만나 종을 얻었는데

종이 다시 불을 만나 쇳덩이가 되었다

좋은 불과 나쁜 불

너무 슬퍼하지 말자

종은 없어 졌어도 종소리는 있다

산새가 기억하고 산바람이 추억하고

산 메아리가 저장했다가

산이 외로울 때 한 번씩 저러렁 내놓을 게다

대구의 시인 이규리가 쓴 동시다. 몇 해 전 불타버린 낙산사 동종을 보고 그 안타까움이 배인 정겨운 작품이다. 동종은 불타버렸지만 그 소리만은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시인의 말처럼 그 천년의 소리야말로, 아니 영원으로 흘러가는 종소리야말로 산새들에게 기억되거나 산바람 속에, 아니 푸른 역사 속에 선명한 아름다운 소리로 남아있을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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