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가졌던 장관 인사 청문회를 두고 신문가십은 `처갓집 청문회`라고 꼬집었다. 낳고 길러주고 공부시켜준 친가 부모는 쏙 빼고 처갓집 식구들하고만 부동산과 돈거래를 어떻게 했는지 놀랍다.
정권 말기가 되면 연례행사처럼 처벌을 받는 대통령 측근 인사 등 부패 공직자들은 고혹적인 미끼의 유혹을 견디지 못해 불판에 오른 붕어무리와 견줄만하다.
유비·관우·장비·조자룡·제갈공명 등 주요 인물들의 처세를 보면 살아가는 길이 보인다는 한 중국인의 얘기가 화제가 된 것도 이런 공직자들 때문일 것이다.
제갈량을 닮은 머리라면 행시, 사시, 외시는 물론이고 언론고시도 무난히 돌파 했을 것이다. 지금 세상은 제갈공명의 머리만 닮는 것을 원했을 뿐 공명의 청렴도는 꺼내놓지도 않는다. “성도에는 뽕나무 800 그루, 메마른 밭 15경(傾)이 있으니 자식들의 의식(衣食)은 넉넉합니다. 신이 밖에 나가 있을 때도 특별히 보살펴주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에 따르는 의식은 모두 관에서 받고 있으니 다른 생업이 필요 없으며 신이 죽는 날 여분의 비단이나 재산을 남겨 폐하의 은총을 저버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제갈공명이 중원정벌에 앞서 후주에게 올린 출사표이다. 유비가 죽자 촉의 모든 권력은 공명의 손에 있었지만 그는 정권을 뒤엎고 재산이나 모으는 천박한 리더는 아니었다. 그가 죽고 난 훗날 자녀에게 남긴 재산은 출사표에 적힌 내용과 같았다. 제갈공명의 청렴도는 당연히 본받아야 할 사표다.
공명의 뒤를 이은 강유도 후주의 다음가는 자리에 있었지만 집은 낡은 초가 였으며 나라에서 주는 옷만 입어 공명 못지않은 청렴성을 지켰다.
현대인들의 약삭빠른 처세술에 이들의 행로를 재미나게 가져다 붙인 것이지만 유비는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큰 귀를 가졌고, 자신을 철저하게 절제하면서도 지적인면에서는 항상 앞서는 관운장을, 의리는 장비를 닮아야 하는 것으로 그렸다.
임기응변과 처세술로는 조조만한 인재는 없었을 것이다. 인간관계만을 따져보면 의리 덩어리이고 전장에 나서는 지덕을 고루 갖춘 조자룡만한 인물은 없다. 이런 사람은 한국사회는 물론 중국에도 찾기 힘들 것이다. 그렇게 처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비 관우 장비 조조를 다 생각하다보면 복잡한 사회생활로 치면 머리에 쉴 공간이 없다.
말술을 들이키는 장비는 폭탄주의 시원이다. 장비 같은 공무원이 지금 한국사회에 수두룩하다. 룸살롱에서 술 접대를 받는 공무원들을 보자. 룸살롱에서 술 접대만 받고 2차까지 나가면 더 큰 문제꺼리다. 결국 밀실에 이뤄진 뒷일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이 모두 훌륭한 것은 아니다. 선악에 대비됐기 때문에 재미있었을 뿐이다. 우선 유비는 우유부단하다. 그걸 닮으면 세상사를 다 놓치게 되며 관우는 결백해서사람이 잘 따르지 않고 불같이 화를 잘 내는 장비하고는 깊은 말을 나눌 수 없다.
관우 장비 같은 처세술을 한국으로 옮겨왔다가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저항정신의 노조원이 인기투표를 했을 경우 당장 퇴출 대상이다. 자리가 곧 돈일까.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처 간 숱한 인사들 가운데 청렴인사로 거명된 사람이 여태껏 한명도 없었다는 것은 공직자들의 처신을 명료하게 말해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