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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욕망 절망 그리고 엽기적인 상상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1-09-22 20:57 게재일 2011-09-2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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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문학과 지성사 펴냄, 윤보인 지음, 288쪽, 1만1천원

2007년 데뷔 후 독특한 감각의 경신과 꾸준한 자기 세계의 확장으로 주목을 받아온 작가 윤보인의 첫 소설집 `뱀`(문학과지성사, 2011)이 출간됐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길들여지지 않는 인간 본연의 충동을 집요하게 추적하며, 소리 없이 젖어드는 욕망이 왜곡된 형태로 발현되어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처음 윤보인의 작품을 접한 독자는 그녀의 낯선 감각과 그로테스크한 표현에 당혹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외부 세계로부터 가해지는 위협과 폭력 속에서의 생에 대해, 특히 어린 여성의 삶에 집중한 윤보인은 본인 특유의 감성으로 일면 익숙한 이야기를 전혀 새롭지 않은 방식으로 끌어내고 있다. 문학평론가 우찬제는 이러한 그녀의 폭로에 대해 “경계에서 세상의 온갖 거짓과 위선을 추문화한다”고 표현한 바 있다.

이 소설집의 표제작 `뱀`에서는 사회적으로 상징화된 사랑에 수렴되지 않는 개인의 충동과 욕망에 대해 말한다.

이 소설에서 뱀은 노점의 노인에게 우연히 사게 된 애완동물로, 일종의 사회에 포획되지 않은 날것의 인간 충동을 상징한다. 헌책방을 운영하는 주인공 여자는 어느 날 팔려온 책 속에 끼인 반지를 발견하게 되고 얼마 후 그 반지를 찾기 위해 한 남자가 그녀를 방문한다. 그녀는 그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반지를 내어주지 않는다.

그가 돌아간 뒤 그녀의 뱀이 반지를 삼킨다는 점에 반지라는 사회적으로 코드화된 사랑에 대한 부정과 거부를 눈치챌 수 있다. 허물만을 남겨둔 채 사라졌던 뱀은 소설의 말미에 이르러 그녀의 질 속에서 발견된다. 윤보인은 표제작이자 등단작인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의 충동과 한 몸이 된 인간의 초상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악취`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후각을 통해 감각의 전면성에 도전한다. 망집에 가까울 정도로 악취 환각에 집착하는 여성이 있다. 향수를 지독히 혐오하고 썩은 악취에 매료된다.

독특한 악취로 그녀를 매료시켰던 남성 피터가 떠나간 다음 악취 환각은 심화되고 악취에의 욕망은 증폭된다. 그럴수록 주인공의 일탈 행동도 더욱 그로테스크해진다.

다채로운 향기가 추앙받는 이 세계에서 악취는 진실의 위악적 상징과 같은 것이다. 하여 진실의 심연으로 내려가고자 하는 깊은 욕망이 독특한 악취 환각을 자아낸 것이다.

단편 다섯 편, 중편 두 편을 묶은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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