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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음...윤 은 경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9-20 21:44 게재일 2011-09-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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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죽은 모과나무를 친친 감고 능소화가 피고 있다

말라죽은 모과나무 아래 뚝뚝 능소화가 지고 있다

한 죽음의 발아래 또 한 죽음이 세월 밖으로 주저앉는다

장맛비 멈춘 잠깐 사이, 매미 울음이 면복친당의 곡소리 같다

사람이 기루어하면 꿈에 뵌다는데

썩은 나무를 안고 무너지는 꽃더미 꿈

말라죽은 모과나무, 죽음에 기대어 아름다운 생의 길을 트는 능소화를 응시하는 시인의 눈이 깊다. 목숨 있는 모든 것들은 죽음이 전제되어있다. 꽃이나 나무나 면복천당의 곡소리 같은 울음을 우는 매미도, 영원히 살 것 같이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느날 갑자기 들려오는 부음, 어쩌면 한 죽음을 추모하는 사이에 또 다른 죽음의 소식이 들려오는 것이다. 그 죽음들을 슬퍼하다가 어느 순간도 죽음의 소식에 한 자락 보태고 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닐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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