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오랜 기다림이었나
알 수 있다
점점 가늘어지다 마치내 고개 떨굴
기다림의 끝에
만남의 부질없음을
비로소 깨우친 모습으로
환하게 피어 있다
보이지 않아도
서로 한 몸 속에 있음을 알기까지
만져지지 않는 너의 사랑을 믿기까지
몸서리치도록 애태운 오랜 시간들
무심한 풍경소리에 흩어져
바람이 된다
산사에 부는 바람 한줄기
그 긴 목줄기의
조용한 흔들림만 보아도
얼마나 오래
잎을 피워 올리지 않고 긴 꽃대 꼭지에 피어오른 상사화. 그 긴 목줄기만 보아도 얼마나 오랜 기다림과 목마른 사랑의 애태움으로 가슴 조이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꽃이 상사화다. 산사(山寺)의 뜨락에 피어오른 상사화, 그 조용한 흔들림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