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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조 영 옥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9-16 21:15 게재일 2011-09-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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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긴 목줄기만 보아도

얼마나 오랜 기다림이었나

알 수 있다

점점 가늘어지다 마치내 고개 떨굴

기다림의 끝에

만남의 부질없음을

비로소 깨우친 모습으로

환하게 피어 있다

보이지 않아도

서로 한 몸 속에 있음을 알기까지

만져지지 않는 너의 사랑을 믿기까지

몸서리치도록 애태운 오랜 시간들

무심한 풍경소리에 흩어져

바람이 된다

산사에 부는 바람 한줄기

그 긴 목줄기의

조용한 흔들림만 보아도

얼마나 오래

잎을 피워 올리지 않고 긴 꽃대 꼭지에 피어오른 상사화. 그 긴 목줄기만 보아도 얼마나 오랜 기다림과 목마른 사랑의 애태움으로 가슴 조이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꽃이 상사화다. 산사(山寺)의 뜨락에 피어오른 상사화, 그 조용한 흔들림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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