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뚱맞게도 그걸 먹고 자란 어둠이 켜 놓은
캄캄한 내 족보를 읽고 말았다
한 번도 뵙지 못한 증조할머니 산소에 내린 그늘처럼
짙은 어둠 금간 골짜기마다
피어나는 저 꽃
독이 익어 시푸른 약으로 환생하는 밤
내리쬐는 달빛이 하늘에 매달려 있어야 하는 이유를
제 몸 쪼개어 꽃 피워본 사람은 안다
그늘진 기억에서 더 환하게 꽃대 밀어올리는 진실,
핀다.
좀 특별한 소재인 푸른 메주꽃을 이용해 불행했던 가족사를 살짝 보여주고 있다. 미당 서정주의 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종의 원죄의식 같은 것이 바탕에 깔려있는데 한(恨)의 정서가 `그늘` 이라는 시어에 내포되어있어 뭔가 서러운 정감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시인>